병원과 약국이 싸게 산 약값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게 되는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저가구매 인센티브)'가 1일부터 시행된다. 이 제도 시행으로 병원 등은 의약품을 싸게 구입할수록 이윤이 커지고,단기적으로 환자의 약가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복잡한 의약품 유통구조 등을 감안할 때 이 제도가 정착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약 유통 생태계의 대변화

실거래가 제도가 도입되면 병원은 1000원짜리 약을 900원에 구입할 경우 환자부담금은 기존 300원에서 270원으로 30원 낮아지고,병원과 약국은 7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시행 1년 후인 내년 9월 말까지의 의약품 거래내역을 품목별로 조사해 거래량의 가중치에 따라 평균 약가를 산정한 후 전년도 대비 최대 10%까지 약가를 내릴 예정이다.

정부는 또 연구 · 개발(R&D) 투자 수준이 높은 제약사에 상한가 인하액의 30~6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갑(甲)의 실력행사 본격화

제약업계는 실거래가 제도 도입으로 해마다 약가가 깎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벌써부터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등은 전년 대비 약가 공급가를 일정률(약 20~30%) 낮춘 입찰견적서를 제출하도록 제약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부 제약사는 병원 내에서 처방하는 원내의약품에 대해 '1원'을 적어내는 등 저가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원내보다 원외 처방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병원에 거의 '공짜'로 약을 납품해도 원외에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2009년 건강보험 약품비 총액 11조6546억원 중 원내 처방비는 2조138억원,원외 처방비는 9조6407억원이었다. 2012년에 약가가 최대 10% 깎여도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10% 정도 약가가 내릴 경우 채산성이 떨어져 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도산 위기에 놓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필수의약품 공급 차질 등 부작용 우려

제약업계는 기초수액제 등 530개 품목의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해 병원과 약국이 지나치게 저가 공급을 요구할 경우 필수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정부가 저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약가 인하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구매자가 고압적으로 약가 인하를 요구할 경우 제약사로선 다른 의약품과의 연계 판매까지 고려해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중소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리베이트 요구도 수그러들지 의문이다. 대형 · 종합병원은 입원환자 수 및 원내처방량이 많은 반면 원외처방의 비중이 낮아 약품 구매 시 상당한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지만 원외처방 비중이 높은 중소병원이나 의원에선 대형 · 종합병원과의 형평성을 들어 뒷돈을 별도로 요구할 공산이 있다는 게 업계의 걱정거리다. 약국가에서는 의약품 거래금액이 적은 소규모 약국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종호/손성태 기자 rumba@hankyung.com


◆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병 · 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이 건강보험 약값(상한가)보다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다. 가령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의약품 가격이 1000원인데 병원이 제약사로부터 900원에 구입해 건강보험에 신고할 경우 그 차액(100원)의 70%인 70원을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나머지 30원은 환자 부담액에서 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