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 국내 조리기구 시장은 '외국산 일색'이었다. 프라이팬,냄비만 각각 7000억원 정도의 규모로 추정되는 이 시장은 프랑스 테팔,독일 휘슬러 WMF 등의 고급 브랜드와 중국산 저가 브랜드의 과점체제였다. 그러나 최근 해피콜 네오플램 등 국내 중소기업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외산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조리기구 분야 국내 브랜드의 전투력이 입증되면서 락앤락,한국도자기,젠한국 등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이 시장에 잇따라 진출,외산 브랜드와의 뜨거운 시장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는 조리기구 시장에서 외국산이 50~7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중기의 프라이팬 '역습'

해피콜은 2008년 말 출시한 '다이아몬드 프라이팬'으로 '대박'을 쳤다. 주부들 사이에서 "외산보다 내구성이 뛰어난데도 가격은 비슷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해 무려 500만개가 팔려나갔다. 2007년 57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920억원으로 20배 가까이 뛰었다. 전용규 해피콜 이사는 "동일 가격대의 외산 제품보다 무거운 무게로 단조하기 때문에 제품이 훨씬 견고하다"며 "프라이팬 내부는 다이아몬드 코팅을 해 음식물이 잘 눌어붙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홈쇼핑에선 외국 경쟁사를 추월했고 대형마트에서도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네오플램은 '친환경'을 내세워 주부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불소수지 대신 세라믹으로 프라이팬 안쪽을 코팅해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김소영 네오플램 팀장은 "주물 방식으로 제작해 프레스로 찍는 외국 제품보다 열효율이 높다"며 "가격은 외국 제품 대비 20% 정도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강조했다.

◆중견 주방용품 업체들도 '영토 확장'

밀폐용기와 도자기를 생산하던 중견 업체들도 조리기구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기존 주력 제품으로 쌓은 브랜드 이미지와 유통망을 활용해 기타 주방용품 시장에서도 매출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밀폐용기로 잘 알려진 락앤락은 최근 냄비 프라이팬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락앤락 관계자는 "한정된 밀폐용기 시장을 탈피함과 동시에 기존 고객을 주방용품으로도 끌어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자기는 자회사인 한국도자기리빙을 통해 냄비 프라이팬 수저 등을 판매하며 연간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젠한국은 친환경 소재인 도자기로 만든 냄비,밥주걱,국자 등의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후발 업체들의 추격에 대해 업계 1위인 테팔은 아직까지 크게 우려하진 않는 분위기다. 테팔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품질 경쟁력을 홍보하고 있지만 5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진 테팔을 신생 업체들이 따라잡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히 후발주자를 견제하는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열센서,인체공학 손잡이 등 테팔만의 앞선 기술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곤 이마트 조리기구 구매담당은 "동일 가격대에서 비교하면 국산 제품의 성능이 외산보다 낫다는 게 소비자의 반응"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고가의 유럽 제품이나 질 낮은 중국산보다는 국산 제품을 점점 많이 찾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