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모바일 혁명은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정보화 혁명의 비등점이라고 할 수 있다. 후세에 '모바일 기원전(BM:before mobile)'과 '모바일 기원후(AM:after mobile)'로 평가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류의 삶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1946년 계산용 기계 애니악의 등장은 인간이 만들어 온 도구가 컴퓨터를 기점으로 육체적 확장을 넘어 두뇌의 확장단계로 들어섰다는 의미를 가진다. 돌도끼에서 출발해 모터,엔진까지 발전해온 도구는 본질적으로 육체적 능력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컴퓨터는 다르다. 인간 고유의 지적작업인 계산 분류 해석기능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단순한 연산기계에 불과했던 초기 컴퓨터는 점차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정보처리기계로 발전했다. 특히 PC가 보급되면서 개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두뇌 진화의 새로운 단계

PC가 급속히 보급된 것은 기능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PC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에 불과하다. 여기에 운영체제(OS)를 탑재하고 응용프로그램 (application)이 구동되면서 비로소 기능한다. PC의 성공요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특정한 기능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만 있었기 때문이다.

PC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구동되고 사용된다. 다양한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가능성인 플랫폼만 제공하고,응용프로그램은 사용자가 각자 선택해서 PC를 활용하는 개방적 구조가 PC를 성공시킨 요인이다.

컴퓨터의 출현은 인간이 수백만년의 진화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뇌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현재 인간의 두뇌는 생물학적으로 커질 수 있는 극한까지 커져 있는 상태다. 신생아 몸 길이의 3분의 1은 머리다. 뇌를 담고 있는 그릇인 두개골이 커지는 만큼 여성에게 출산의 위험성은 커지기 때문에 현재 신생아의 뇌는 현대 여성의 골반이 출산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신생아 머리의 최대 크기 수준이다.

뇌의 용적을 더 이상 키울 수 없는 상태에서 인간은 뇌의 복잡성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전두엽과 신피질을 발달시켜 언어 추론 감정능력을 높여서 생존능력을 향상시켰다. 20세기 후반 컴퓨터의 발달은 이제 뇌를 더 이상 키우지 않고도 뇌 능력을 비약적으로 확장시키는 혁명적 변화다. 21세기 호모 사피엔스들은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뇌를 중심으로 뇌의 기능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하는 진화의 새로운 단계를 맞았다.

스마트폰은 디지털 유목물품

유럽개발은행(EBRD) 총재를 지낸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는 10여년 전,20세기 후반의 특징으로 신유목민(nomad)과 신유목물품(nomadic objects)의 출현을 꼽았다. 전통적 유목민들은 생존을 위해 부싯돌 부적 망치 무기 등의 유목 물품을 갖고 다녔다. 21세기 현대인들은 시 ·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활동하는 신유목민이다. 이들은 휴대전화 노트북PC PDA 등과 같은 신유목 물품으로 무장하고 어디서나 전 세계를 상대로 활동한다.

스마트폰은 이런 디지털 유목민에게 필요한 물건을 하나로 압축해 놓았다. 과거 별개의 용도를 가졌던 휴대물품은 스마트 폰에 융합(convergence)됐다. 통신수단인 전화나 돈을 지불하는 신용카드,길을 찾아주는 지도,메일 송 · 수신에 필요한 PC,데이터를 저장하는 하드 디스크,심심할 때 소일거리로 필요한 게임과 음악까지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이 스마트폰의 기본기능이다. 만약 부족한 기능이 있다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사용하면 된다.

모바일 혁명은 이 스마트폰이란 디바이스를 발화점으로 해서 급속히 진행되는 현상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모든 정보교환 의사소통 지급결제의 기능이 단일한 디바이스에 융합되고,이 디바이스를 이용해 전 세계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함으로써 자신이 필요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호모사피엔스가 도구를 사용해 급속한 진화를 시작한 이래 모바일 혁명은 도구의 발달이란 측면에서 하나의 정점을 찍은 사건이다. 인간은 두뇌의 확장과 관계망의 확장이 결합돼 지구라는 행성에서는 시 · 공간의 제약을 완전히 초월,쌍방향 다중 의사소통을 하는 존재로 진화했다. 그러나 모바일 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인간의 의사소통 행동방식 의사결정구조가 어떻게 변화되고 문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변화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이후 세계 역사를 바꿔놓은 대사건이었지만,같은 시대를 살았던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비롯한 그의 저작에서 신대륙 발견을 언급하지 않았다. IBM의 창업주인 토마스 왓슨은 1948년 컴퓨터 발명 소식을 듣고 "전 세계적으로 기껏해야 5개 정도의 컴퓨터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인 프레임 시대의 주역이었던 DEC(degital equipment corporation)를 창업한 켄 올슨은 1977년 "가정용 컴퓨터란 것은 필요가 없다"고 무시했다.

심지어 빌 게이츠조차도 1981년엔 "아무도 PC에 640kb 이상의 메모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PC의 메모리 용량은 빌 게이츠가 장담한 것보다 3500배가 큰 2GB 수준까지 확장됐다. 시대의 변화는 이렇게 미미한 움직임으로 시작되고,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조차 그 미래를 예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바일 혁명,스마트폰의 보급은 산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물론 업종에 따라 느끼는 변화의 상대속도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혁명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한 대응은 정도의 문제일 뿐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모바일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도약

모바일 시대 기업은 모바일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변환이란 뜻으로 혁신보다 광범한 범위에서의 질적 변환을 의미) 관점에서 비전과 전략을 재정립하고,이에 따라 조직과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등 경영 전반에 대한 대대적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모바일 이전 시기는 물리적 공간이 조직 구성에서 중요한 시대였다. 작업장을 만들고 업무를 세분해 분업구조를 확립한 뒤 직원들을 이에 따라 배치하고 작업을 감독했다. 조직은 수직적 명령구조였고 인적관계도 지시-수행의 종적관계로 형성됐다.

모바일 시대는 업무 유사성이 조직 구성의 중심이 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물리적 공간보다는 지식과 경험의 유사성에 따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과 빈도에 따라 조직 내 역학관계는 자연히 만들어진다. 수평적 협업구조를 기본으로 인적 관계는 상호이해와 협력이 중심이 된다.

모바일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모바일이 촉발하는 이런 환경변화를 기업이 비전 전략 조직 인력 기업문화 프로세스 기술인프라 관점에서 흡수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정보화 혁명과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두 가지 화두(話頭)를 기업이 흡수하고 변화해 온 과정을 반추해 보면 이 새로운 혁신의 개념과 진폭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 트랜스포메이션의 프레임워크는 평가(assessment) 비전(vision) 청사진(blueprint) 구조화(architect)의 4단계로 진행된다. 평가는 전략 프로세스 조직 HR 기술 인프라 등을 모바일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이슈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기업이란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생존 발전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해석하고 이를 기업 내부에서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비전은 도출된 이슈를 해결하고 모바일 시대 주역이 되기 위한 개념과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앞서나간 기업의 경험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청사진은 비전에서 정의된 개선과제를 구현할 수 있는 접근방법과 기대효과를 정의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구조화는 기업 각 부문에 걸쳐 변화를 설계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보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1990년대 후반,인터넷과 이메일의 잠재력을 포털로 연결시키고 네트워크 게임의 가능성에 착안해 성공한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반면 과거의 사업모델을 바꾸지 못한 기업들은 무대의 중앙에서 밀려났다. 모바일 혁명이 촉발한 '웹3.0'이라는 정보화 3라운드는 기업들의 비즈니스,내부 프로세스는 물론 고객을 찾고 관계를 맺는 모든 방식에 있어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기업은 앞으로 본격화되는 AM시대를 단편적 대응이 아닌 전사적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모바일 트랜스포메이션의 관점에서 대비해야만 한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