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댜오위다오(釣魚島 · 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금속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교도통신도 이날 "중국 내 통관 절차가 지난 21일부터 여러 이유로 지체되고 있어 사실상 희토류를 일본으로 반입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도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외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중국이 하이브리드카 미사일 태양광패널 등 각종 첨단 제품의 필수 재료인 희토류 금속의 대일(對日) 금수 조치를 내렸다며 이는 일본에 억류 중인 중국인 선장 잔치슝씨를 석방시키려는 압박 카드라고 풀이했다.

중국의 희토류 대일 수출 전면 금지는 일본 산업계에 공황 상태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희토류를 사용하는 핵심 부품을 일본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기업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대일 부품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 관리는 일본에 대한 희토류 금수 조치 보도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 모든 일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부인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전했다.

중국은 또 일본의 간판 기업 도요타를 상대로 리베이트 제공 혐의 조사에 들어갔다. 항저우시 사법당국은 도요타의 중국판매 회사인 중국 도요타파이낸스가 판매상 3명에게 불법으로 리베이트를 줬다는 혐의를 잡고 관련자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고 중국 경제일보가 보도했다. 관행적으로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기획 조사' 의도가 강하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지적이다.

앞서 베이징시 관광 당국은 수십개 여행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일본 여행객을 모집하는 광고나 선전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중국의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중국인 선장을 조건없이 즉각 석방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잇단 경고에 뒤이은 것이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21일 열린 화교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댜오위다오는 중국의 성스러운 영토이며 일본은 무조건 억류 중인 선장을 석방하라"고 말했다.

물밑에서 논의하던 원 총리와 간 나오토 일본 총리 간의 유엔총회 기간 중 정상회담도 무산되는 등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든 것은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일본 순시선이 지난 7일 중국 어선을 나포하면서부터다. 일본은 이후 선원 14명을 석방했지만 선장은 억류기간을 1차 연장해가며 구금 중이다.

오광진 기자/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 희토류(稀土類)

세륨 란탄 디스프로슘 등 17개 원소를 말한다. 지구상에 미량으로 존재하는 원소들이어서 '희토류'라는 이름이 붙었다.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 첨단 산업 제품 및 현대무기류에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93%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