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지만 공격적 스타일…조직·사업 획기적 변화 예고
연내 대폭인사 가능성…하이닉스 인수 재추진 관측도
LG전자가 스마트 대전을 따라잡으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오너 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워 스마트폰과 태블릿PC,스마트TV 등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업계와 시장 재편 과정에서 더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카리스마 돋보이는 구본준 부회장
구 부회장 선임과 관련,업계는 LG가 오너 경영체제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스마트 경쟁에서 살아남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면 어느 때보다 오너들의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 부회장은 기술을 포함해 제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강력한 추진력까지 갖춰 위기를 반전시킬 적임자로 꼽혀왔다. 1999년에는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1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2004년에는 파주 LCD 클러스터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2007년 LG상사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에도 미국의 대형 구리광산 개발 등을 주도했다.
◆조직 대대적 쇄신하나
구 부회장의 성향을 감안할 때 그동안 남용 부회장 체제에서 안정과 실리를 중시해온 LG전자의 경영전략이 공격경영으로 전환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 보고 있다. 조직에 새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연말 큰 폭의 인사를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남 부회장이 대거 영입했던 외국계 임원들의 진퇴도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다.
LG 관계자는 "인사는 구 부회장이 다음 달 취임한 후 이사회와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어서 아직 방향과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계약직 형태인 외국인 임원들은 사람마다 계약 기간과 조건이 달라 단기간에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전략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리자형'인 남 부회장이 공격적인 투자보다 사업구조 조정과 비용절감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한 반면 구 부회장은 난관을 정면 돌파할 새 사업 포트폴리오와 투자 계획 등을 마련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빅딜을 직접 주도하며 많은 아쉬움을 느꼈던 구 부회장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 문제는 이미 2004년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며 "LG전자의 CEO가 바뀌었다고 그룹이 정한 전략을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용 부회장의 아름다운 용퇴
이번 인사는 남 부회장이 지난달 사퇴 결심을 굳히면서 출발했다. LG전자가 스마트 전쟁에서 반격에 나서려면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고 이왕이면 하루라도 빨리 새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사퇴 의사를 전달받은 LG 수뇌부는 처음에는 이를 만류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LG전자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자 변화의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용퇴의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2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나 급감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스마트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출시가 경쟁사에 비해 늦어지면서 3분기에는 영업 적자를 볼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조직 안팎에서 경영 쇄신에 돌입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조성되자 다름 아닌 남 부회장 자신이 해결책을 내놓았다.
김태훈/김현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