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신약 찾는 '슈퍼 도우미'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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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硏, 약물 발굴서 임상까지 첨단장비 제공·실험 서비스
세계시장 통할 신약 사전 검증…국내업체 개발실패 부담 줄여
세계시장 통할 신약 사전 검증…국내업체 개발실패 부담 줄여
한국화학연구원은 최근 대전 본원에서 신약플랫폼 기술 심포지엄을 열고 바이오벤처 및 제약 관련 중소기업을 위한 '신약개발 플랫폼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는 약물표적(치료부위) 발굴에서부터 아픈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 효과를 시험하는 임상3상까지 신약개발 전 단계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배명애 화학연 신약플랫폼기술팀장은 "선진 다국적 제약사 사이의 금언 중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버려라'는 말이 있다"며 "선도 · 후보물질이 될성부른 약인지 조기에 판단해 약물개발 실패율을 최소화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신약개발 전 단계 '거의 무상' 지원
약물개발의 기초 단계인 표적발굴(약물 작용점 연구)과 약효검색 과정에선 국내 연구진의 기술력이 선진국 수준에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세포나 미생물(in vitro) 수준의 약효 검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생물체 수준(in vivo)에서 전임상 단계나 독성평가에 들어가면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선도물질을 후보물질로 전환하는 연구 및 임상 단계에서 엄청난 비용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학연의 신약개발 플랫폼은 약물개발 전 단계 서비스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한다.
구체적으로는 플랫폼의 물성평가 부문에서 체내 용해도 · 이온화도 · 막투과도 · 안정도에 대한 다양한 수치를 판단한 다음 간독성이나 심장독성,유전독성(발암물질 검증) 등을 확인하는 '기초독성 평가'에 진입한다. 예를 들면 심장독성 평가 기구인 '패치클램프'는 국내외 전문용역업체를 이용하면 단위 화합물당 사용료가 2000만원 이상 들지만 화학연 플랫폼을 이용하면 수십만 원이면 가능하다.
대사 안정성과 세포막 투과도,단백결합률 등을 판단하는 '약동력학 평가'는 화학연이 가장 자랑하는 분야다. 약물이 체내에 들어가면 먼저 간을 거쳐 전신을 순환하고 각 조직에 분포된 후 신장을 거쳐 요로 배설된다. 약동력학 평가는 이 모든 과정에서 약물의 영향을 검증하는 것으로 화학연은 최근 1년간 중소기업 및 대학으로부터 1600여건을 의뢰받아 평가를 실시했다.
화학연은 이를 통해 5만종 이상의 국내 합성 화합물에 대한 분자 정보를 축적했다. 물성평가 · 기초독성평가 · 약동력학 · 화학설계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곳은 국내에서 화학연이 유일하다.
◆'제브라피시 분자이미징 시스템'구축
최근 화학연은 노바티스 ·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전임상시험 모델로 채택하고 있는 '제브라피시(zebrafish)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제브라피시는 수정란이나 배아를 대량으로 채취할 수 있고 발생이 매우 빨라 하루 만에 혈액순환 · 신경계 등 대부분 기관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바이오신약 개발에 최적이다.
또 유전체 구성이 인간과 80% 이상 비슷해 생명공학의 대표적 실험 대상인 쥐를 대체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 내에서만 제브라피시 전문 연구실이 13개로 늘어났을 정도다. 화학연은 간독성 심장독성 신경독성 등 독성 연구에 먼저 제브라피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선진 다국적제약사나 삼성병원 분자이미징센터 등 극소수만이 보유하고 있는 '분자이미징 장비'도 도입할 예정이다. 분자이미징 기술은 해부할 필요 없이 약물 투입과 분포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첨단 장비다. 화학연은 이와 함께 전임상 전 정제(tablet) 모양이 약물전달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게 만들어졌는지 검증하는 'DDS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