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소재를 만드는 중소기업 리켐은 지난해 313억원이던 매출을 2012년 1000억원대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2000년대 초반까지 수입 대행업을 하던 이 회사가 성장가도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006년 LG화학과 손을 잡으면서부터다. 2차전지 첨가제를 공동 개발,작년 이 분야에서만 12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두 배 가까운 226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LG화학이 진출한 미국에 현지법인 설립까지 검토하고 있다.

LG의 상생경영이 단순한 협력사 지원을 넘어 동반 성장하는 '성장 파트너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LG는 이 같은 상생전략을 모든 계열사와 2000여개 협력사로 확대하기 위해 9일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 R&D 캠퍼스에서 9개 주요 계열사와 100여개 협력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LG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협약식에서 LG는 연구 · 개발(R&D),장비국산화,사업지원,금융지원,소통전담 창구 개설 등 지난달 발표한 '상생협력 5대 전략과제'를 분야별로 구체화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협력회사들이 가장 믿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LG는 우선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달부터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4개사가 납품대금을 100% 현금결제해주기로 했다. 현금결제 규모는 8조5000억원에 달한다. 3차 협력사까지 지원하는 연간 2500억원 규모의 'LG 상생협력펀드'도 지난 8일부터 운용에 들어갔다.

R&D 분야에서는 그린 신사업에서 동반 성장할 중소기업을 선정,2011년부터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장비국산화를 위한 중소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한다. LG디스플레이는 60%대인 액정표시장치(LCD) 장비의 국산화율을 차기 생산라인 건설 때부터 80%대로 높이기로 했다. LG이노텍은 중소기업 두 곳과 손잡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발광다이오드(LED) 증착장비를 내년 말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협력사들에 인사,노무,영업 등의 컨설팅을 지원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 경영지원팀',LG전자는 '그린 프로그램 플러스' 등을 각각 신설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상생은 있는 것을 나누는 게 아니라 LG와 협력사 모두 혁신을 통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글로벌 1등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직,공정한 경쟁을 기반으로 협력사와 서로 신뢰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9개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 100여개 협력사 대표,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