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은 9일 창사 후 최대 경사를 맞았다. 이날 경기도 안산의 원료의약품 생산공장 준공식을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의 신약 허가 소식을 통보한 것.200억원을 투입한 안산공장은 '카나브'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세워졌다.

이르면 오는 10월 정도로 예상했던 '카나브'의 조기 허가는 단일 의약품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고혈압 분야의 최초 국산 신약인 데다 일련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의기소침한 제약업계에 신약 개발 지원 등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년 만에 국산신약 탄생

이날 신약 허가가 떨어진 카나브는 1998년 개발에 착수해 총 12년의 개발 과정을 거쳤다. 연구 · 개발(R&D) 비용으로만 500억원이 투입됐다. 카나브는 2008년 10월 허가를 받은 일양약품의 '놀텍'에 이어 15번째 국산 신약으로 등재됐다.

특히 '카나브'는 국내 신약 역사상 가장 큰 시장에 도전하는 국내 최초의 고혈압 신약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고혈압 환자는 성인의 30% 정도인 660만명,고혈압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1조4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국내 60여개 대학병원과 2000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국내 임상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며 "약효 및 현재 판매 중인 외국계 약에 비해 저렴한 약값 등 카나브 출시로 관련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카나브는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글로벌시장에서 통할까

보령제약은 '카나브'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2001년 미국 특허를 시작으로 일본,호주,유럽 6개국,멕시코,러시아 등 현재 17개국에서 32개 물질특허와 제법특허를 취득한 것은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기 위해서다. 또 전임상과 1상 임상을 유럽에서 진행함으로써 해외 시장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보령제약은 이달 말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고혈압학회(ISH)에서 카나브의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중국,인도,유럽,남미 등에 기술 수출을 포함해 원료 및 제품 수출 등 다양한 글로벌 성과가 나올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나브'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려면 단순히 신약 '타이틀'이 아닌 약효와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기존 약과 얼마나 차별화에 성공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외 고혈압치료제는 MSD의 '코자'(성분명 로살탄),노바티스의 '디오반'(성분명 발살탄),다이이찌 산쿄의 '올메텍'(성분명 올메살탄) 등 7개 제품이 시판되고 있다. '카나브'는 '피마살탄'을 성분명으로 하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지금까지 임상 결과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로살탄' 계열의 제품보다 약효가 30% 이상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출시 후 5년간 약 3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