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지성 사장 "삼성은 이제 스마트 크리에이터…IT빅뱅시대 새 시장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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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모바일 라이프 시대
전자책ㆍ인터넷TVㆍSNS 등
컴퓨터 기기 수백억개 될 것…
본궤도 오른 스마트폰 사업
올해 2500만대 판매 가능
전자책ㆍ인터넷TVㆍSNS 등
컴퓨터 기기 수백억개 될 것…
본궤도 오른 스마트폰 사업
올해 2500만대 판매 가능
지난 1일 독일 베를린에 도착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곧장 폴란드 브롱키에 있는 가전 생산법인(SEPM)을 향한 것은 의외였다.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 2010 개막을 앞두고 해외 거래선들과의 미팅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긴 것일까?
이틀 뒤 만난 최 사장은 브롱키 공장에 걸고 있는 기대를 담담하게 들려줬다. 2013년 유럽 가전 시장 1위에 오른다는 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브롱키가 중요하다고 했다. 최 사장은 이곳을 유럽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고 휴대폰 TV에 이어 생활가전에도 스마트 기술을 결합,세계 1등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폴란드 가전업체 아미카로부터 브롱키 공장 인수를 마무리했다.
삼성전자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해법으로 내놓은 '스마트 크리에이터(smart creator)'란 화두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마트 TV,스마트 모바일,스마트 가전 등 '정보기술(IT) 3대 빅뱅'을 주도할 기술을 통해 진정한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폴란드 가전 공장을 인수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폴란드 공장은 제가 인수하자고 직접 제안했습니다. 2004년 첫 방문 때 보니 새로 지은 공장이 괜찮았고,유럽에서 생활가전 사업을 하려니까 근접지에서 생산해야 원가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유럽지역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는데,인수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공장에 디지털 기술을 집어 넣으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 4~5%대인 생활가전 분야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10%가 되고 15%가 되면 확실히 1등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가는데 폴란드 가전 공장이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IT빅뱅을 통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십니까.
"IT빅뱅은 모바일,미디어,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0년 컴퓨팅 기기 수가 수백억개로 늘어나고 이로 인해 모바일 라이프가 확산될 것입니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미디어도 전자책(e-book),인터넷 TV,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으로 전환돼 여러가지 방식으로 보다 빠르게 제공되는 추세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개발 · 유통 · 소비가 확산되면서 이를 이용한 다양한 클라우드(인터넷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는 서비스) 방식의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도 새로운 변화입니다. "
▼스마트 크리에이터란 무엇입니까.
"IT빅뱅은 TV,휴대폰,가전 등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스마트 크리에이터는 IT빅뱅 시대에 맞는 새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 TV,스마트 모바일,스마트 가전을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정했습니까.
"세계 최초의 TV용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삼성 앱스'를 세계적으로 확충하는데 집중할 것입니다. 다소 부진했던 스마트폰은 갤럭시S의 선전 덕분에 1위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데 성공했습니다. 가전 분야에서는 올해 유럽 거점인 폴란드 공장 가동을 계기로 스마트 가전 생산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
▼삼성전자가 변곡점에 놓였다고 진단하셨는데.
"그동안 전자산업에서는 새로운 시장과 경쟁자들의 부상을 대비하지 못해 주도권을 잃어버린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이 같은 '선도기업 딜레마'를 피하는 게 삼성의 과제입니다. 1960년대 TV 1위 기업이던 미국 RCA는 '이제 TV에서 나올 혁신은 모두 나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가 일본 기업들에 밀려 결국 매각되고 말았습니다. 삼성전자도 현재 위치에 안주하면 위기를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진정한 글로벌 혁신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혁신과정에서 성장통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미래의 스마트 라이프를 앞장서 창조하는 게 중요합니다. "
▼갤럭시S 등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죠.
"갤럭시S와 독자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웨이브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갤럭시S는 출시 두 달여 만에 300만대 판매를 돌파했고,연내 최단 기간 1000만대 기록도 세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바다 OS를 기반으로 앱스토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이브폰도 100만대 판매를 넘어섰고요. 4분기에는 웨이브 후속 모델도 내놓을 예정이라 더 큰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요.
"지난해 590만대를 팔았는데,올해는 세 배가량 늘리는 게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갤럭시S 등이 선전하면서 2000만대를 넘어 2500만대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업이 본궤도에 들어선 만큼 2분기 7%대로 떨어졌던 무선사업부 영업이익률도 3분기에는 두 자릿수대 회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세를 이어가 내년에는 판매량을 두 배가량 확대할 생각입니다. 올해가 스마트폰 사업 기반을 다지는 해였다면,내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또 다른 성공에 도전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
▼스마트 전략에서 태블릿 PC인 갤럭시탭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내달 초 한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주요 통신회사들이 갤럭시탭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연내 100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마트 대전(大戰)이 확산되는 내년에는 휴대폰과 PC,TV의 경계가 더 모호해지는 등 산업계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갤럭시탭 시리즈를 앞세워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에서 책,신문,SNS 등을 즐기는 차세대 미디어 디바이스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갤럭시탭이 갤럭시S의 성공을 이어받아 스마트 모바일 혁명을 완성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떨어지는데.
"반도체는 4년,LCD는 2년 주기의 비즈니스 사이클이 있는데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 사업계획을 짜놓았습니다. 최근 가격 하락은 충분히 예상했던 것이므로 큰 문제가 없습니다. 3분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TV시장이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 전망이 다소 불확실한 것은 사실입니다. 기업 간 차별화가 이뤄지는 게 특징입니다. 3차원(D) TV는 출시 6개월 만에 업계 최고인 100만대를 팔았고,발광다이오드(LED) TV는 올해 1000만대 판매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평판 TV 전체 시장에서도 사상 최대인 25~26%대의 점유율로 5년 연속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신수종사업에 대한 투자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올초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의 신수종 사업을 정했는데,이 분야에 회사 역량을 일원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수 · 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키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연구 개발 인력을 500명 수준까지 확대했고,태양광에도 올해 1억달러(1200억원가량) 정도를 투자하는 등 LCD와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