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러시아 정부가 내년 하반기로 연장했던 곡물수출 금지 조치를 올해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국제 곡물가 급등 우려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6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곡물수출 금지 기한을 올 12월 말 이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러시아 정부가 곡물수출 금지 해제령을 조만간 내리겠지만 국내 수요를 충당할 정도의 비축량은 아니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러시아는 올 들어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으로 곡물생산이 35% 감소,곡물수출 금지를 단행했었다.금수조치 대상에는 밀 외에 밀가루,보리,호밀,옥수수 등이 포함돼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가뭄과 폭염으로 곡물 수출을 금지할 수 밖에 없었지만 한시적인 조치였다” 며 “가을 곡물 수확량을 검토한 뒤 (곡물수출금지) 시점을 검토,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또 “정부가 곡물 수출을 막고 곡물 비축량을 늘려나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다” 며 “곡물 생산을 위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정부가 금수조치의 해제 시점을 둘러싸고 오락가락하는 것은 곡물 파동에 따른 최근 국제 정세와 관계가 있다.세계 4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중단하자 곧바로 중동과 아프리카 등 대규모 곡물 수입국들이 타격을 받았다.

아프리카 남동부 모잠비크에서는 곡물가 폭등으로 지난달 말 폭동이 일어났다.정부가 빵값을 30% 올리자 수도 마푸투에서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식량 창고를 약탈하는 등 항의 시위를 벌였다.정부 진압 과정에서 최소 7명이 숨지고 280명이 다쳤다.이들 국가는 수입국을 유럽과 미국으로 바꿔 곡물 수입에 나서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계식량안보계획 관계자는 “곡물값 폭등으로 전 세계에서 소요사태가 일어났던 2008년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당시 아이티와 마다가스카르 정권이 붕괴되고,방글라데시 멕시코 등에서 폭동이 발생했다.일각에선 러시아 정부가 곡물파동으로 인한 불안한 국제 정세가 2012년 대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곡물수출 금지령을 해제를 검토중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유엔 세계식량기구(FAO)는 최근 자료를 통해 지난달 국제 밀값이 1월 대비 70% 폭등했으며,육류 가격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2007~2008년 식량수급 부족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정치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