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경기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일은 드물다. 그렇지만 '왼손잡이' 필 미켈슨(미국)은 1년 전과 똑같은 일을 겪었다. 다른 점은 당시에는 보기를 했고,올해는 버디를 잡았다는 것이다.

미국PGA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체방크챔피언십 3라운드가 벌어진 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TPC(파71) 15번홀(파4).티샷을 잘 날린 미켈슨은 캐디에게 "이번에는 깃대를 맞히지 않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1년 전 잘 맞은 어프로치샷이 깃대에 맞고 러프로 가버리는 바람에 보기를 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미켈슨의 클럽을 떠난 볼은 이번에도 똑바로 날아가더니 깃대를 정통으로 맞힌 후 앞으로 되굴러 그린을 벗어났다. 1년 전과 비슷한 위치로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14m 거리의 칩샷이 홀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디가 된 것.미켈슨은 연신 주먹을 흔들어댔다.

미켈슨은 이날 4언더파,3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01타로 위창수(38 · 테일러메이드)와 함께 공동 6위다. 선두 제이슨 데이(호주)와는 5타차다. 미켈슨은 현재 0.43점의 근소한 차이로 세계랭킹 1위 타이거 우즈(미국)를 뒤쫓고 있다. 미켈슨이 우승하면 무조건 랭킹 1위가 된다. 미켈슨이 2위를 하고 우즈가 3위 밖으로 밀리거나,미켈슨이 3위를 하고 우즈가 9위 밖으로 처지거나,미켈슨이 4위를 하고 우즈가 24위 아래에 머무르면 역시 미켈슨이 생애 처음 랭킹 1위에 오른다.

미켈슨 못지않게 비제이 싱(피지)도 이날 '첫 경험'을 했다. 길이 542야드의 2번홀(파5)에서 '알바트로스'(파보다 3타 적은 타수로 홀아웃하는 일)를 기록한 것.드라이버샷을 300야드 이상 날린 후 홀까지 229야드를 남기고 친 5번아이언 세컨드샷이 컵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생애 첫 알바트로스였다.

미켈슨 외에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에게도 랭킹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우즈는 합계 7언더파 206타로 케빈 나 등과 함께 공동 23위다. 우즈는 상위 70명이 나가는 플레이오프 3차전(BMW챔피언십) 진출은 무난하지만 선두와는 10타차여서 역전 우승은 힘들어 보인다. 선두와 4타차로 4위에 자리잡은 스트리커는 우승할 경우 우즈와 미켈슨을 제치고 랭킹 1위에 오를 수 있다. 양용은(38)은 합계 8언더파 205타로 공동 18위,최경주(40)는 1언더파 212타로 공동 54위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