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만3천년 전 혜성의 지구 충돌로 소빙하기가

닥쳐 매머드 등 동물 멸종사태가 일어났다는 이론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혜성 충돌 이론은 홍적세 말기인 약 1만2천900년 전 혜성이 북미에 추락, 이른바 '영거 드라이어스' 소빙하기를 초래해 매머드와 거대 곰, 마스토돈(코끼리류 대형동물), 검치호 등 대형 포유류들의 대량 멸종을 가져왔다는 가설.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는 1만2천900년 전 퇴적층에서 발견된 미세 탄소결정인 '나노 다이아몬드'로, 이는 혜성 충돌의 충격으로 발생한 막대한 압력과 온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 이론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大)와 런던 로열할로웨이대 연구진에 따르면 이 물질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탄소의 다른 형태인 그래핀(graphene, 흑연의 탄소층에서 한 겹을 떼어내어 만든 물질) 덩어리로 판명됐다.

혜성 충돌 가설 지지자들이 이 물질을 다이아몬드로 오인한 것으로, 혜성 충돌의 증거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이번 연구를 담당한 앤드루 스콧 로열할로웨이대 교수 등은 주장했다.

스콧 교수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최근 널리 논의되고 있는 영거 드라이어스 혜성 충돌 가설의 증거 중 하나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거대 빙하 호수에서 나온 민물이 북대서양으로 대량 유입됨으로써, 바다가 얼어붙지 않게 유지해온 해류를 뒤바꿔놓아 소빙하기를 불렀다는 이론이 혜성 충돌 이론 대신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나노 다이아몬드를 처음 발견하고 혜성 충돌 이론을 제기했던 미국 오리건대의 더글러스 케닛 교수는 스콧 교수 등이 엉뚱한 장소를 찾아봤다며 "우리가 나노 다이아몬드를 잘못 판명했다는 주장은 오류"라고 '사이언스'지를 통해 반박,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