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에 정보기술(IT)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혁신을 통해 이를 주도하는 스마트 크리에이터가 돼야 한다. "

독일 베를린 'IFA 2010' 행사장에서 만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話法)으로 IT 빅뱅 얘기부터 꺼냈다. 휴대폰에 이어 TV,가전 등에 스마트 기술이 접목되면서 전자산업 판도를 바꿀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그의 판세 진단이다.

"삼성전자는 지금 변곡점에 와 있다"며 고민도 털어놨다. IT 빅뱅과 혁신의 길목에서 삼성전자가 '성장통'을 앓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선두업체를 따라 가는 전략으로 세계 최대 전자업체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 또 다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인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스마트TV,스마트 모바일,스마트 가전을 주도하는 스마트 크리에이터라는 비전은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가기 위해 그가 찾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전자산업의 빠른 변화를 IT 3대 빅뱅으로 요약했다. "모바일,미디어,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에서 3대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2020년 컴퓨팅 기기 수가 수백억개로 늘어나고 이로 인해 IT산업과 다른 산업의 융합,모바일 라이프 등이 급진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IT빅뱅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스마트 전략도 제시했다. 세계 최초의 TV용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인 '삼성 앱스'를 세계적으로 확충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부진했던 스마트폰은 갤럭시S의 선전 덕분에 1위와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자평했다. 가전 분야에서는 올해 유럽 거점인 폴란드공장 가동을 계기로 스마트 가전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갤럭시S가 출시 2개월 만에 3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했다"며 "IFA에서 첫 공개한 태블릿PC 갤럭시탭은 갤럭시S의 성공을 이어받아 스마트 모바일 혁명을 완성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시장과 경쟁자의 부상으로 기존 업체가 주도권을 잃어버리는 '선도기업 딜레마'에 대한 경계도 잊지 않았다. 그는 "삼성전자도 현재 위치에 안주하면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며 "진정한 글로벌 혁신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혁신과정에서 성장통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을 무기로 판을 바꾸는데 성공한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에 주목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처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이 돼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갈 수 있는 위대한 기업으로 한발 더 나갈 수 있다는 게 최 사장의 생각으로 비쳐졌다.

베를린(독일)=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