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일일이 뜯어보며 국산화
R&D에 매년 30억씩 투자
2일 찾은 이 공장 한쪽에선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라는 신기술 개발이 한창이었다. BMS는 전기자동차는 물론 발전소와 건물 등에 쓰이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잔량을 제어하는 기능을 갖춘 시스템이다. 김종환 대표는 "앞으로 에너지 기술 분야의 화두는 스토리지(저장) 시스템"이라며 "2차전지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관리솔루션 분야에서 최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솔루션 국산화의 산실
넥스콘테크놀러지(이하 넥스콘테크)는 1996년 엔지니어 출신인 김종환 대표가 세운 '동양기연'이란 회사를 모태로 출발했다. 설립 초기 휴대폰용 충전기를 만들던 이 회사는 1998년부터 휴대폰용 2차전지 보호회로(PCM)사업에 뛰어들었다. PCM은 휴대폰 배터리가 사용 중 폭발하지 않도록 하는 회로.당시 PCM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독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기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김 대표는 일본 제품을 일일이 뜯어보면서 PCM 개발에 주력했다. 그러기를 1년여,1998년 말 드디어 국산화에 성공했다. 첫 공급처는 미국 모토로라의 스타텍.이후 일본산과 비교해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더 싸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외 주요 배터리 제조회사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현재 이 회사의 고객사는 LG화학,삼성SDI,유럽 VARTA와 팔라디움 등이다. 국내 휴대폰의 50%,전 세계 휴대폰의 20%에 이 회사 보호회로가 쓰인다. 넥스콘테크는 PCM에 이어 2002년에는 노트북과 의료기기,스마트폰 배터리에 쓰이는 보호회로인 SM(Smart Module)도 개발했다. 대만과 일본이 장악하고 있던 SM을 국산화하기는 넥스콘테크가 처음이다.
◆에너지스토리지 솔루션 전문기업
2차전지 배터리 보호회로에 이어 넥스콘테크가 주력하는 분야는 BMS다. 전기차와 발전소 등의 에너지 사용량과 잔량,사용할 수 있는 시간 등을 체크하고 과충전과 방전 등을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어느 누구도 BMS를 개발하지 않던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는 개발에 착수했다"며 "기술도 없고 자금도 없는 중소기업으로선 무모한 도전에 나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BMS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기술정보가 없어 60여명의 개발인력이 달라붙어 해외 연구논문을 밤새워 분석했다. 2005년부터 매년 연구 · 개발(R&D)에만 연간 30억원씩을 투입했다. 전체 매출의 10%가량에 달하는 규모다. 때마침 든든한 후원도 받았다. 2008년 지식경제부로부터 ATC로 지정돼 5년간 22억원을 지원받은 것.
이런 노력과 정부 지원은 결실을 맺었다. 2006년 전기차용 BMS를 첫 개발한 데 이어 최근 발전소와 통신기기에 쓰이는 에너지스토리지용 BMS도 개발해 한국전력과 원자력발전소,KT 등에 공급했다. 뿐만 아니다.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사업에서 급속충전기 개발과 재생에너지 개발 등 2개 컨소시엄 참여업체로 선정됐다. 매출도 2007년 706억원에서 작년 1627억원으로 껑충 뛰었으며,올해는 2542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천안=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한경·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협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