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두려움"…인권위 `민간병원서 계속 진료' 권고

소속부대 참모장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민간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이모(22) 상병이 결국 부대복귀 시각인 1일 오후 8시가 지나도록 복귀하지 않았다.

1일 연합뉴스와 통화한 이 상병의 이모부 안모(56)씨는 "군에서 외부진료 허가를 약속하지 않는 한 조카를 돌려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상병은 아직도 군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으며 부대 복귀를 두려워해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소속부대에서 1일 오후 8시 이후 48시간 내로 복귀하지 않으면 헌병대에 서류를 넘기겠다고 말했다"며 "군이 조카를 망치고도 모자라 어떻게 강제로 끌고 가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씨는 2일 이 상병이 입원한 서울 강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민간위탁치료를 허가해 달라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해병대사령부는 규정상 미복귀가 맞지만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복귀한다고 약속하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는 "이 상병이 일단 수도병원으로 복귀해야 다음 일을 진행할 수 있다"며 "외부진료를 허가하는 것은 수도병원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해병대사령부도 이 상병의 치료와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8시간 이후 헌병대로 넘기겠다는 것은 소속부대 관계자가 규정을 설명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어 국방부 장관에게 이 상병이 민간병원에서 계속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권고하는 긴급구제 결정을 내렸다.

이 상병은 7월초 해병2사단 본부대대 소속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중 참모장 오모 대령에게 성추행을 당하자 자살을 시도했으며 외상 후 장애증상까지 보여 7월13일부터 민간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해병2사단은 이 상병에게 1일 오후 8시까지 총 51일간의 휴가를 줬으며, 지난달 24일 이 상병의 소속을 해병2사단 본부대대에서 해병대사령부 본부대대로 변경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