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청(카피톨리노궁)에 가면 '늑대의 젖을 먹고 있는 두 형제'라는 청동상이 있다. 두 형제의 이름은 로물루스와 레무스.로마 건국신화의 주인공들이다. '로마'라는 도시 이름도 이들 형제의 이름에서 비롯됐는데 이들이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곳이 테베레 강 인근의 아벤티노 언덕이다. 아벤티노 언덕은 로마를 지리적으로 구성하는 7개의 언덕(팔라티노,카피톨리노,아벤티노,첼리오,에스퀼리노,비미날레,퀴리날레) 가운데 하나로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전차경기장과 앞뒤 얼굴이 다른 '야누스의 아치'가 있는 곳이다.

《일곱 언덕으로 떠나는 로마 이야기》는 로마의 일곱 언덕을 따라 펼쳐진 수많은 유적지를 소개하고 그곳을 거쳐간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로마제국의 역사가 고작 7개의 언덕에서 시작됐다니 시작부터 흥미롭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신전 · 원로원 · 티투스 황제 개선문….팔라티노 언덕은 고대 로마제국의 유적이 많고 키케로가 실용주의를 전파한 곳이다. 두 번째 카피톨리노 언덕은 가장 작지만 가장 신성한 곳으로 여겨지며 로마 시청 본관이 있는 곳이다. 아벤티노 언덕은 주류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이는 장소인데 카라칼라 황제의 목욕장은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라노칙령'을 발표한 '라테란 성요한 대성당'은 첼리오 언덕에 있다. 에스퀼리노 언덕의 성 베드로성당에서는 미켈란젤로의 역작 '모세상'을 감상할 수 있고 상인들이 모여 살던 비미날레 언덕의 로마국립박물관은 목욕장을 개조해 만들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퀴리날레 언덕.이곳엔 그 유명한 트레비 분수와 현재 대통령 관저인 퀴리날레 궁이 있다.

저자는 로마제국과 그리스도교,르네상스에 이르는 서양사의 큰 흐름을 일곱 언덕을 통해 새롭게 조망한다.

'펼쳐진 역사책''노천 박물관'으로 불리며 꼭 한번은 보고 죽으라는 곳,로마.책을 읽고 나면 "고대의 역사는 로마의 역사 속으로 흘러 들어갔고,모든 근대의 역사는 로마의 역사로부터 흘러나왔다"는 독일 역사학자 레오폴트 폰 랑케의 말이 더욱 실감있게 다가온다.

전장석 기자 sak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