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고등훈련기 'T-50'을 개발,생산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내년 6월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자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새 주인을 찾겠다는 포석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30일 "최근 T-50의 싱가포르 수출이 무산되면서 지금 상태로는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며 "내년 6월까지 상장한 뒤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법상 총 발행주식의 10% 이상만 상장하면 된다"며 "기존 지분 구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AI의 1대 주주는 30.12%를 보유하고 있는 정책금융공사이며,삼성테크윈과 현대자동차가 각각 20.5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두산과 미래에셋증권이 참여해 만든 사모펀드(PEF)인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도 각각 10.64%,10.26%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유 사장은 "주주들도 상장 후 매각에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일단 상장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현재로선 지분을 매각하거나 추가로 인수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기업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유 사장도 이와 관련해 "상장을 통해 표준 정관이 도입되면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상장 후 매각을 할 경우 항공기 제작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KAI가) 국가 안보 및 군수 산업에 중요한 회사인 만큼 매각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정부와의 연결고리는 남겨둘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탈리아나 브라질 영국 등 해외 군수업체는 민영화나 상장 이후에도 정부가 황금주를 갖고 있거나 20~30%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이 많다"고 소개했다. 황금주란 합병 등 기업의 주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식을 뜻한다.

KAI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삼성항공 대우중공업(현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우주항공이 강제 통합되면서 설립됐다. 대한항공 등이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가격 협상이 순조롭지 않아 매각 일정이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T-50'의 첫 수출이 언제쯤 성사될 것인지에 따라 KAI의 '몸값'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KAI는 지난해 초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올해 싱가포르 수출 협상까지 무산되며 계속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공군이 실시한 신규 훈련기 도입을 위한 본입찰에 'T-50'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첫 수출을 향한 불씨를 되살렸다. 러시아,체코와 함께 최종 경쟁을 앞두고 있으며,인도네시아 공군이 발주한 훈련기 규모는 총 16대다.

이호기/박동휘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