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를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결정타'가 없는 만큼 인준표결을 해야 한다는 방침이지만,야당은 대통령이 총리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전면 투쟁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여당 내에서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표결 강행 시 무사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문경과보고서 채택부터 난항 예상

총리 임명 절차는 27일 국무총리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 본회의로 넘기고 여야가 본회의에서 이를 표결 처리해 청와대에 넘겨 대통령이 총리를 최종 임명하면 끝나게 된다.

그러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부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인사청문특위는 이경재 위원장(한나라당)을 제외하고 한나라당 6명, 야당 6명(민주당 4명, 민주노동당 1명, 자유선진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이 중립 입장을 취할 경우 통과가 어렵다. 더군다나 여론 기류 등을 이유로 일부 여당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회의로 가도 문제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자는 공금 횡령에다 직권남용 배임 위증 공직자윤리법 선거법 지방공무원법 헌법까지 위반해 총 8개의 법을 어긴 범법자"라며 "한나라당과 여당이 입만 벌리면 거짓말하는 이런 총리를 밀어붙여 싸울거리를 준다면 싸움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본회의 투표 때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 등 야 4당은 이날 김 후보자를 8개 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친박계도 반대기류 형성

청와대는 전원 통과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는 한나라당이 거대 야당이었는데도 양해를 해 줘 대통령이 임명을 다했다"며 "(야당이) 지금 와서 발목을 잡으려고 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 동향과 야권의 강한 반발, 여당 내 분위기 때문에 내심 고민이다. 청와대는 우선 내부 단속부터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관계자는 지난 25일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 최고 위원들에게 총리 인준 강행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 명의 최고위원이 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등을 문제삼아 인준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본회의 때 여당 내에서 적지 않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내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의 뜻대로 밀고 갔을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한나라당 의견 수렴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연말 예산 처리를 앞두고 야당 의견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총리 인준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기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며 "야당이 표결에 불참하면 단독으로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야 교감 이뤄질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6일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 회동을 잇달아 갖고 총리인증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본회의 일정과 함께 총리 및 장관 · 청장, 대법관 인준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여론과 야당 반발 등을 감안했을 때 총리를 포함해 10명의 청문대상 고위 공직자 중 한두 명의 낙마는 이제 불가피해진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 결과와 다른 후보들의 청문 결과 보고서 내용,여론 동향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이르면 27일께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임명 여부를 결론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진/김형호/구동회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