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영국 바스에서 열린 제인 오스틴 축제의 디렉터 데이비드 라스먼은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과연 문학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품고 실험을 감행했다. 제인 오스틴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 《노생거 사원》부터 《오만과 편견》까지 여러 소설의 제목을 바꾸고 살짝 각색해 무명 작가의 작품인 양 출판사에 보낸 것이다. 《오만과 편견》에는 이 소설의 가장 유명한 문장인 '부유한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진리다'도 그대로 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출판사가 오스틴의 작품인지 알아보지도 못했다. 또 자사의 선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출판을 거절했다. 과연 이 소설을 인터넷에 올렸다면 어땠을까. 전문가들이 다수 아마추어의 집단 지성보다 더 나은 게 확실할까.

《소셜 네트워크 e혁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웹 2.0' 환경에 대한 책이다. 단지 정보를 게시하고 이메일이나 보낼 수 있던 '강요형' 웹 1.0은 사람들끼리 뭉치고 공유하고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네트워크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마이스페이스,페이스북,베보,싸이월드 등이 이런 변화를 이끄는 주체다.

저자들은 이런 변화가 개인과 기업,소비자 및 시민의 삶에 미친 영향과 그 이유를 다양한 예와 인문 · 역사학적 관점을 들어 분석하고 있다. 일부의 비판처럼 e혁명이 '온라인 전체주의'나 '아마추어리즘의 폭발'에 머물지 않고 '아이덴티티(정체성)''지위''권력'의 이동을 실현시킬 것이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저자들은 경영자와 전문가들,언론과 같이 이른바 '기존의 통제자'들이 '웹 2.0'을 두려워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소셜 미디어의 역동적인 힘을 어떻게 활용할지 대신 이를 어떻게 억제하고 길들일 것인가에 우선 관심을 쏟았던 이유가 여기 있다는 것이다. 좋든 싫든 권력은 제도에서 네트워크로,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시스템으로,관료주의에서 개인으로,국경에서 가상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란 얘기다.

이 책은 소셜 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일화들로 넘친다. 영국 맨체스터시 사법당국은 효율적인 범죄 예방 수단으로 영국인 7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이용했다. 페이스북 회원들이 'GMP 업데이트'라고 불리는 범죄 신고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후 맨체스터 경찰청의 별도 유튜브 채널과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휴대폰 영상 등을 이용해 언제든지 범죄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대형 음반사 '빅4'(유니버설뮤직,소니BMG,EMI,워너뮤직)는 각종 P2P(개인간 파일 공유) 사이트와 애플의 아이튠즈 및 아이팟으로 인해 오랜 황금기를 마감했다. 과연 미래에는 웹 기반 e투표 시스템을 통해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