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유럽발 재정위기설 때문에…."

투자자들이라면 누구나 국내 증시의 개장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에서 들려오는 악재성 소식에 맘 졸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락할 것이 뻔한 국내 증시가 열리는 것을 기다리면서 '차라리 휴장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밤새 들려오는 이 같은 소식에 먼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코스피200 옵션의 야간시장이 오는 30일 개장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간밤의 해외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국거래소(KRX)는 오는 30일부터 유럽거래소(EUREX)와 연계해 야간 옵션시장을 개설한다. 시간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다.

코스피200 옵션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야간시장 직후에 열리는 KRX옵션 정규시장에서 옵션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선물 계약(만기는 하루)이다.

즉 정규시간(오전 9시~오후 3시)에는 KRX 시스템에서, 야간시간(오후 5시~오전 5시)에는 Eurex 시스템에서 옵션을 거래하는 것이다.

앞서 2009년 11월16일 개장된 코스피200지수 선물 야간시장과 함께 장내파생상품 시장의 주야간 거래체계가 완성되는 셈이다. 선물 야간시장은 개장 초 일평균 500계약 내외에 불과했지만 현재 4000계약 내외로 10배 가량 성장했다.

아직 주간 정규시장 거래량의 1.2% 수준으로 거래가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개인 위주의 시장에서 점차 외국인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 하나의 헤지수단 등장…선물·옵션 차익거래 기회 다양해져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또하나의 헤지수단이 생겼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야간 옵션시장의 개장은 보다 정교한 헤지를 가능하게 됐다"며 "옵션을 이용하면 방향성 외에도 변동성에 대한 베팅이나 헤지가 가능하고, 옵션 포지션에 대한 헤지는 선물이 아닌 옵션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야간에 해외 지수가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면 야간 옵션시장을 이용하여 기존 옵션포지션을 줄이거나 변동성 매도 전략을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또한 야간에도 선물과 옵션간의 차익거래를 가능하게 됐다. 이는 선물가격의 안정화와 거래대금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야간선물은 거래시간 동안 기초자산인 코스피200의 가격이 멈추어 있어 적정한 가격 산정이 힘들고 장중에 가격이 심하게 왜곡될 우려도 컸다. 하지만 옵션시장이 개장되면 합성선물과 선물간의 가격차가 벌어질 경우 차익거래가 발생해 결국 선물과 옵션 가격이 안정화되는 효과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야간 옵션 거래 시작으로 인해 합성거래나 선물·옵션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할 것"이라며 "차익거래 기회의 발생은 시장 유동성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시장의 영향력이나 발전도 가능하다는 추측이다.

◆변동성 이용한 트레이딩 전략…증시 공동화 현상 우려도

그렇다면 코스피200선물옵션 야간시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야간시장은 고저 변동폭이 정규시장 못지 않게 큰 편이다. 따라서 정규장과 야간장의 가격 차이와 연계된 매매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과도한 야간증시의 상승(하락)이 발생할 경우 매도(매수)해 다음날 정규장 시가에 매도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야간시장이 실제 갭보다 크게 등락하므로 트레이딩 기회가 생긴다는 것. 갭을 웃돌 경우보다 갭을 밑도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야간선물 가격 급락을 이용한 매수접근이 유효하다고 이 연구원은 전했다.

과연 옵션 야간시장의 개장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야간 선물옵션 시장이 과도하게 활발해진다면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야간선물시장과 더불어 야간옵션시장의 개설로 인해 해외 주식시장의 가격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높다"며 공동화 현상 가능성을 지적했다.

해외증시의 등락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야간시장을 투자지표로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수록 익일 시가 형성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EUREX 야간 옵션시장을 이용한 대량거래가 KRX 정규시장의 유동성, 특히 비유동적인 종목에 대한 유동성을 잠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역외에서의 포지션 설정이나 청산이 빈번해질수록 국내시장은 상대적으로 공동화될 위험도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 연구원은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