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톱10만 12번' 김송희, 또 우승 문턱에서…
미국LPGA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 3라운드 11번홀(파3).김송희(22 · 하이트 · 사진)가 그린 옆 에지에서 친 칩샷이 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행운의 버디였다. 덕분에 김송희는 챔피언조에서 동반 플레이한 미야자토 아이(일본)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13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끝부분에 올린 김송희는 3퍼트로 보기를 범한 뒤 14번홀(파3)에서도 보기를 적어내며 급격하게 무너졌다.

김송희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 펌프킨리지GC(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보기 4개와 맞바꾸며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 합계 8언더파 208타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함께 공동 4위에 만족해야 했다.

미야자토가 11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최나연(23 · SK텔레콤)은 크리스티 커(미국)와 함께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승이 없는 미국LPGA 투어 선수 중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는 단연 김송희다. 데뷔 4년차인 김송희는 올 시즌 15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12번 들어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와 3위를 각각 두 번씩 차지할 정도로 대회마다 우승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우승컵은 매번 다음 대회로 미뤄야 했다. 시즌 평균 스코어는 69.98타로 1위이고 총 버디수(206개 · 1위),그린 적중률(73.8% · 2위),라운드당 퍼트수(1.75개 · 3위) 등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우승을 여러 번 하고도 남을 만한 성적이다.

김송희는 전날 2라운드에서만 보기 없이 이글 1개,버디 6개의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 데다 마지막 라운드 중반까지 상승세를 이어가 '혹시 일을 낼까'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날 230야드로 셋업된 17번홀(파4)에서 공격적으로 날린 티샷이 벙커에 빠지는 등 중반 이후 찾아온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전문가들은 김송희가 첫승을 거두는 건 멘탈(정신력)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고덕호 파라다이스골프아카데미 원장은 "첫승을 앞두고 마지막 날 부진한 것은 대부분 우승 압박감과 조바심 때문"이라며 "현재 상태를 즐기고 압박감을 벗어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신 J골프 해설위원은 "슬럼프가 없고 실력도 최고 수준이지만 많은 대회를 소화하면서 마지막 날 체력과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며 "본인이 좋아하는 특정 대회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