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우려가 재부각된 가운데 최근의 펀드 환매 완화 기조가 지속될 수 있을까.

20일 코스피 지수가 미국 경제지표 부진 여파로 나흘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신권에서 3거래일 연속 매물이 출회됐다. 투신은 79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이에 기관이 7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최근 순유입을 멈추고 닷새만에 순유출로 돌아섰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41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가 반등하는 과정에서 차익실현에 따른 환매 심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경제지표 둔화와 증시 하락 영향으로 환매 대비 물량이 나왔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투신권이 주로 내다판 대형주들의 하락폭은 지수보다 다소 크게 나타났다. 대형주 업종지수는 0.31% 하락, 코스피 지수(-0.23%)보다 많이 밀려났다.

업종 기준으로도 기관이 매도 우위를 나타낸 전기전자(-0.66), 금융(-1.04%), 운수창고(-2.36%), 증권(-2.16%)은 지수 수익률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펀드 자금 유입 동향 등에 비춰 펀드 환매가 추가적인 지수 상승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데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로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4거래일 동안 자금이 순유입되며 일평균 625억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최근 자금이 주로 유입된 펀드가 사모형이 아닌 공모형 펀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지수의 하단을 방어하기 위한 자금 유입이 아리나 전반적으로 투심이 완화된 결과라는 평가다.

아울러 코스피 지수 1700선 대에서 유입된 주식형펀드 자금이 대부분 환매를 통해 소화된 가운데 1700∼1750선에서는 추가적인 펀드 유입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정균 S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금 유입 전환일인 지난 12일은 코스피 지수가 1750선을 밑돈 첫날로 투자자들이 느끼는 코스피 지수의 메리트 구간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종전 코스피 지수 1800선 부근에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경우 최근 1750선 부근에서 원금 회복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스피 지수 1750선을 기준으로 그 이상에서는 환매가 나올 수 있지만, 매물 확대 우려는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증시주변에도 대기 자금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펀드 환매 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단기자금 대기처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은 지난달 말 대비 각각 2467억원과 6조8589억원 늘었다. 증시 주변자금이 이탈하지 않고, 재유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해석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