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선에서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던 주식형 펀드 환매가 코스피지수가 1750선을 넘었는 데도 잠잠하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연고점을 경신하고 1800선 근처까지 올라가는 등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환매를 고려하는 심리적 지수대인 '환매유발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1700선 이상에선 순유입으로 전환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755.03으로 반등했던 지난 17일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상장지수 펀드(ETF)를 제외하고 587억원 순유입됐다.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5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12일부터 순유입으로 전환된 뒤 4거래일 연속 자금이 들어왔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720~1760선을 오갔다.

이 같은 자금 유입세는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코스피지수가 1700선만 넘으면 어김없이 환매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실제로 코스피지수가 1752.20까지 상승했던 지난 4월에는 국내 주식형에서 3조9768억원이 순유출됐고 불과 이틀간 1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반면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아 1560.83까지 빠졌던 5월에는 1조7114억원이 순유입됐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연고점을 뚫고 1790.60까지 오르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더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만큼 이제는 1750이라는 지수대가 환매를 고려할 정도로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의미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당시 반토막 수익률을 경험한 직후에는 투자자들이 지수가 조금만 올라도 얼른 환매하려는 심리가 강했지만 이런 경향이 최근에 완화되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환매유발선이 1500~1600선에 머물렀으나 증시 상황 호전으로 올 들어 1700선까지 높아졌고 최근에는 1750~1800선까지 올랐다"고 진단했다.

◆1700대 펀드 매물 부담 완화

또 1700선 이상에서 들어온 자금이 이미 상당수 환매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지난 16일까지 1700선 이상에서 환매된 자금은 16조8430억원에 달한다. 2002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700~1800선에서 들어온 자금 9조6000억원과 비교해 보면 이미 해당 지수대에서 들어온 펀드자금 대부분이 환매를 해갔다는 의미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1700선대에서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상황"이라며 "이제는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가까워져야 이 지수대 위에서 들어온 자금 12조원가량의 환매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700선만 넘으면 일어났던 투신권(자산운용사)의 대량매도도 완화될 전망이다. 투신권은 펀드환매 여파로 지수가 오르기만 하면 대량매도에 나서 추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펀드환매가 이어졌던 지난달 8일 이후 이달 11일까지 25거래일간 2조6586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지난 4일에는 3000억원이 넘는 물량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펀드 환매가 순유입으로 전환했던 12일에는 순매도 규모가 1억원으로 줄었으며 13일부터는 '사자'로 돌아선 뒤 17일까지 3거래일 동안 1545억원을 순매수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환매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낸 만큼 1700선에서의 투신권 매물은 이제 수급 부담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