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중 최대주주가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사들이 저조한 분기실적을 거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최대주주의 자사주 매입이 실적 상향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은 4~6월 여섯 차례에 걸쳐 7억6000만원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했고,이어룡 대신증권 회장도 약 5억4000만원의 자사주를 네 번에 나눠 사들였다. 하지만 2분기 실적발표에서 신영증권은 영업이익이 87.2% 감소했고,대신증권도 87.1% 뒷걸음질쳤다. 원 회장은 대부분의 자사주를 3만7000원대에 매입했지만 이날 신영증권의 주가는 3만6300원에 머무르고 있다. 대신증권의 주가는 1만4650원으로 1만3800~1만5000원 사이에 자사주를 매입한 이 회장도 큰 수익을 못 거두고 있다.

건축설계회사 희림 역시 4월27일 최대주주인 정영균 대표가 자사주 8200주를 매입했다. 당시 회사 측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발표된 2분기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지난해 41억원보다 26% 줄었다. 희림의 18일 종가는 7800원으로 최대주주가 자사주를 매입한 4월27일(8920원)에 비해 12.55% 떨어진 상태다. 계룡건설도 이인구 명예회장이 설립한 계룡장학재단이 5월27일 7800주를 매수했지만 2분기 영업이익은 45% 떨어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단순히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주주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사주 매입이 실적이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기업의 펀더멘털에 기초해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임승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증권사 오너들의 자사주 매입은 2분기 실적을 겨냥했다기보다 최소 1년 뒤의 주가수준을 내다보는 장기투자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