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려놓은 허정무(55)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거취가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 쪽으로 기울고 있다.

허정무 전 감독은 18일 연합뉴스와 전화에서 "인천에서 감독직을 제의받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답변은 못해준 상황"이라고 밝혔다.

허 전 감독은 또 "남아공 월드컵을 마치고 쉬면서 대회도 복기하고 선진 축구도 돌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거취와 관련해 이야기들이 하도 많이 나와 `다시 일을 해 보자'는 쪽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현장에 복귀할 생각임을 드러냈다.

허 감독과 마찬가지로 인천 구단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다만 안종복 인천 사장은 "대표팀을 맡았던 지도자가 우리 팀에 온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라면서 "선택의 여지가 많을 허 감독이 결정할 문제"라며 허 감독이 칼자루를 쥔 상황임을 전했다.

시민구단 사상 첫 코스닥 상장과 히딩크축구센터 건립 등 사업을 진행 중인 인천시도 축구 관련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데 `허정무 카드'가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허 감독의 영입에 더욱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정무 감독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이바지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다만 살림이 넉넉지 않은 시민구단 인천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허정무 감독에게 걸맞은 대우를 해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허 감독은 월드컵 이후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감독 자리가 빈 K-리그 팀들의 차기 사령탑으로 줄곧 거론됐다.

심지어는 내년 시즌 K-리그 참가를 선언하고 창단을 준비 중인 광주시민프로축구단에서도 지도력이 검증된 허 감독의 영입 의사를 밝힐 정도다.

현재 K-리그에서 6승1무9패(승점 19)로 9위에 올라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천은 세르비아 출신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이 부인 병간호를 이유로 지난 6월 자진해서 사퇴해 김봉길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팀이 운영되고 있다.

구단은 일단 올 시즌을 김봉길 코치 체제로 마무리할 생각이었지만, 허정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길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분위기다.

김봉길 코치는 2005∼2007년 허 감독이 전남을 이끌 때 코치여서 당장 허 감독과 호흡도 문제없다.

게다가 허 감독은 현장으로 돌아간다면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수도권 팀을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감독이 인천 지휘봉을 잡으면 포항 스틸러스(1993∼1995년), 전남 드래곤즈(1996∼1998년, 2005∼2007년)에 이어 K-리그에서 4번째 사령탑을 맡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