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이후 메모리 업황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D램 시장은 순조로운 가격 조정 과정을 통해 내년에도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글로벌 D램 시장 규모는 427억달러로 지난해(224억달러)에 비해 91% 증가할 전망이다.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1995년 408억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D램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2006년 고점 이후 2년간 침체기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후발업체들의 구조조정 등 산업 재편이 이뤄졌고,그 결과물이 올해 업황 회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단기 조정 후 회복

최근 D램 업황은 초호황 국면에서 단기적인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공 행진하던 D램 가격이 하반기 이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높은 D램 가격은 업체들의 공급 확대를 부추기고 있는 반면 PC 업체들의 D램 용량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상승 사이클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는다. 건전한 가격 조정은 수요를 확대하고 후발업체들의 과잉 생산을 억제해 D램 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올 하반기에는 제품가격 조정과 함께 D램 수요가 회복되는 반면 업체들은 공급 증가를 최소화할 것이다. 이미 한 차례 '치킨 게임'으로 공급 과잉 여파에 시달린 터라 업체들이 무턱대고 공급량을 늘릴 가능성은 낮다.

D램 업황은 최대 수요처인 PC 출하량의 증감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PC는 1999년 밀레니엄 버그와 정보기술(IT) 버블을 맞아 24%의 출하 증가를 보인 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2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용 PC는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의 신규 수요 확대와 넷북,울트라신 등 노트북 PC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출하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8년 이후 경기 침체로 정체 현상을 보였던 기업용 PC 시장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기업용 PC는 통상 4년 정도를 교체주기로 수요가 급증하는데,2003년과 2004년 대규모로 공급한 PC의 교체 시기가 경기 침체와 운영체제(OS) 이슈로 계속 지연돼 왔다. 최근엔 '윈도7' 출시와 IT 투자 확대로 기업들이 노후 PC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따라서 기업용 PC 출하량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 애플리케이션 확대

모바일 등 신규 수요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업황 호조를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PC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에 더해 모바일과 소비재용 D램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D램 업황의 장기 호조를 가능케 하고 있다. 올해 PC 시장 규모는 3억70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되지만,휴대폰은 13억대를 넘어설 전망이고 이 중 D램 사용 비중이 높은 스마트폰 수요는 2억6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내년엔 스마트폰 시장만도 3억7000만대 수준으로 PC 시장에 맞먹는 규모를 보일 전망이다. 고사양 스마트폰은 현재 512메가바이트(MB) D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1GB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패드 출시로 관심이 높아진 태블릿 PC 판매량도 올해 1380만대에서 내년엔 3000만대 이상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낸드 플래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신규 애플리케이션 적용이 늘어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플래시 카드와 USB 드라이브,MP3 플레이어 등 전통적인 제품의 수요가 주춤한 반면 휴대폰과 태블릿 PC 등 신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가격이 비싸 크게 성장하지 않았던 고용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제품 판매량도 내년부터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업체 간 경쟁력 차별화

D램의 공급 사이클도 업황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다. 설비 증설과 더불어 미세공정 기술 전환이 공급량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공정기술은 업계 선두권으로 54나노 제품에서 44나노 제품으로의 공정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자본과 기술을 고루 갖춘 업체만 지속적인 미세공정 기술 전환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기술력에서 앞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후발업체들보다 더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40% 전후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낸 반면 대만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 등 해외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0% 수준에 그쳤다. 일부 대만 업체들은 여전히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40나노 공정의 생산 확대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뒤 경쟁 기업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가격 인하를 단행해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D램 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120억달러로 2007년(210억달러)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지난해(50억달러)에 비해서는 150% 가까이 급증했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D램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 수익성 악화와 자금 여력 부족을 우려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여 중 · 장기적으로는 수급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