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가렸지만 신체 윤곽 그대로 드러나 '모멸감'
16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3층 1번 출국장 출국심사대.해외로 나가는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심사대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기자가 옷 안쪽에 젤 형태의 이물질을 붙이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봤다. 기자 몸에서 "삐-" 소리가 울리자 보안요원이 다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도록 요구했다. 역시 "삐-삐" 소리가 났다. 몸에 붙여 놓은 젤 형태의 이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느낀 보안요원은 기자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비록 가상이었지만 보안요원이 안내한 곳은 출국장 끝에 마련돼 있는 전신검색기(알몸투시기) 촬영장이었다.

전신검색기는 높이 2m로 양쪽으로 설치돼 있었다. 1m 간격 검색기 사이에 들어가 두 손을 올리고 촬영이 시작됐다. 미국 제품인 전신검색 장비는 대당 가격이 무려 2억5000만원.6초 후 보안요원은 이미지 분석실로 안내했다.

모니터에는 얼굴이 파란색으로 처리돼 있었다. 하얀 바탕에 신체의 윤곽이 드러났다. 속옷 선도 희미하게 나타났다. 우려했던 신체 특정부위는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보기에 쑥스러웠다. 약간의 모멸감도 느꼈다. 외국에서 이런 일을 겪는다면 불쾌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 전신검색기 체험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안전을 위해선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없지 않았으나 신체 부위가 드러난 사진을 보고 좋은 느낌을 갖기란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인권침해 논란이 이는 이유다. 전신검색을 원하지 않는 승객은 정밀검사실에서 동성의 검색요원에게 촉수검사를 받으면 된다지만 꺼림칙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탐색기와 모니터실 요원이 다르고 검색요원과 분석요원도 검색 대상자가 여성이면 여성으로 교체한다"며 "영상자료도 즉시 파기되기 때문에 인권침해 요소는 적다"고 설명했다.

보안요원은 "요주의 인물리스트에 올라있는 사람이나 1차 검색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된 승객들이 전신검색기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정인물만 전신검색기를 거치기 때문에 하루에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5만 명 중 전신검색기를 꼭 통과해야 하는 사람은 200~300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전신검색기를 꼭 거쳐야 하는 특정인물은 각국이 지정한 위험 인물 리스트에 오른 자 △여행 당일 공항에서 티켓을 산 승객 △1차 검색(문형 및 휴대용 금속탐지기)에서 의심되는 승객 등이다.

국토해양부는 9월 한 달 동안 시범 운영한 뒤 10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