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빌딩 60층에 자리잡은 63스카이아트미술관.일요일인 지난 15일 오전 10시부터 관람객들이 몰려 들어 오후 6시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직장인 김병인씨(34)는 "한강과 서울의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고 수준 높은 미술 작품까지 접할 수 있어 자주 찾는데 오늘은 광복절까지 겹쳐서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한화호텔&리조트가 운영하는 63스카이아트미술관의 누적 관람객이 2년 만에 13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기획전 '꽃밭에서'(42만명)를 비롯해 '키티 에스(Kitty S)'(32만명),'더 모멘트'(23만명) 등 3개 전시에만 100만명이 몰렸다. 국내 최대 전시 공간인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연간 관람객 수와 맞먹는 규모다. 관람료만 100억원을 상회한다. 홍원기 63스카이아트미술관장은 "서비스와 레저 부문 고객을 겨냥해 명품 전시 위주의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13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63스카이아트미술관은 2008년 8월 기존의 63빌딩 전망대 63스카이덱을 리모델링한 전시 공간이다. 일본 롯폰기힐 53층에 있는 모리미술관을 벤치마킹했다. 해발 264m의 전시장에서 미술품 감상뿐만 아니라 도심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려다보며 전용 카페테리아에서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다.

63스카이아트미술관이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면서 많은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미술계에서는 먼저 일반 관람객에게 미술관의 '문턱'을 낮춘 게 성공 요인라고 평가한다. 국 · 공립,사립미술관이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5시에 닫는 것과 달리 개관 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해 직장인들이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저녁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의 호응도 컸다.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춘 기획전도 한몫했다. 지난 2년간 '유어공 하늘에도 노닐다'를 비롯해 '러브 앤 팝 아트' '꽃밭에서' 등 10개 기획전을 열었다. 이를 통해 앤디 워홀,로버트 인디애나,로이 리히텐슈타인,키스 해링,톰 웨셀만,박수근,이중섭,김환기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1000여점을 소개했다.

지난달부터 11월7일까지 펼치는 '한국근현대미술 거장'전도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박수근 이중섭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 65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 가족 관람객과 연인을 위한 이벤트,수족관 · 영화관과 연계한 패키지 티켓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리창이 많은 전망대 특성상 눈부심 현상이나 자외선에 따른 작품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태양광과 UV(자외선)차단 필름을 활용한 시설도 갖췄다.

유덕종 한화호텔&리조트 상무는 "한국의 랜드마크인 63시티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전망대가 미술관으로 변신한 것은 그림에 익숙한 마니아층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편안한 소통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영화관과 공연장,전망대와 미술관을 연계한 것도 장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