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용 골판지상자의 대기업 납품을 놓고 중소 골판지업체와 소모성 자재(MRO)를 구매대행하는 대기업 계열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은 "아이마켓코리아(IMK)와 서브원이 중소업체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15일 밝혔다.

두 회사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로 복사용지 등 각종 소모성 자재를 그룹사를 대신해 구매 · 납품해주고 있다.

포장조합 측은 "IMK와 서브원이 작년 초부터 시장 평균가격보다 10~15% 정도 싸게 포장용 골판지상자를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두 회사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으면서 동시에 중소 골판지상자 제조업체와의 거래를 끊도록 유도했다"고 덧붙였다.

조합 관계자는 "독점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쟁사의 고객이 자사와만 거래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며 "지난해부터 대기업들이 조합회원사와의 거래를 끊거나 대폭 줄이는 대신 IMK나 서브원에서만 납품받는 것을 봤을 때 구매대행사가 독점거래를 요구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조합 측은 또 구매대행사들이 골판지상자의 50% 이상을 소비하는 대기업을 등에 업고 중소 골판지상자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매대행사들이 납품 대기업에 최대 15% 이상 낮은 단가로 물건을 공급하는 대신 가격 인하분을 고스란히 중소업체에 전가하고 있다는 게 조합 측 주장이다.

김진무 골판지조합 전무는 "사실상 경쟁관계인 구매대행사로부터 단가인하 요구를 받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단가인하 요구치가 너무 커 수용하기 힘들다"며 "마진이 평균 3% 수준인데 15%를 깎아서 파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골판지 업계가 고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매대행사들은 "조합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선 단가인하를 거론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IMK관계자는 "올해 골판지 원료인 폐지와 펄프의 국제가격이 대폭 인상된 것을 감안해 골판지 납품업체들과의 상생차원에서 단가를 20~30%가량 올려줬다"며 "조합 회원사들이 고맙다는 말을 전해오기까지 했는데 (조합의 공정위 조사 요구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행사 관계자는 "모기업에 골판지 상자를 납품한 것은 예전부터 지속돼 온 거래 관행이고 거래량을 늘리고 줄이는 것은 구매기업의 재량이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우리도 골판지 제조업체들에 공급 단가를 올려준 마당에 가격을 내려서 판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