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 노승열, 별들 앞에서 '위풍당당'
'노승열이 그동안 최경주 양용은의 그늘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선두권에 진입하는 플레이를 통해 두 선수를 능가하고 있다. '(AFP) '주최 측 초청 케이스로 대회에 참가했으나 미국PGA 투어프로들과 맞먹는 기량을 보이고 있다. '(밀워키저널센티널)

'한국 골프의 미래' 노승열(19 · 타이틀리스트)이 남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PGA챔피언십에서 연일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신들은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노승열을 찾아 인터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를 생중계한 미국 케이블 채널 TNT도 노승열의 경기 장면을 놓치지 않고 중계했다. 이 방송 해설자는 "한국에서 온 10대 선수로 대회 조직위원회 초청을 받아 출전한 신인"이라며 "정교한 샷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3라운드 때는 동반 플레이를 펼친 로리 매킬로이(21 · 북아일랜드),더스틴 존슨(26 ·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었지만 갤러리들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면서 위축되지 않고 차분하게 경기를 치른 노승열에게 많은 박수를 보냈다.

노승열도 이에 고무됐는지 "우승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종일 과감하게 칠 것"이라며 '무서운 10대'다운 각오를 내비쳤다. 노승열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위슬링 스트레이츠GC(파72)에서 속개된 대회 3라운드에서 5언더파 211타의 공동 16위로 주춤거렸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달리며 '톱10'을 노리고 있다. 7명의 한국(계)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다.

노승열은 1991년 5월29일생으로 만 20세가 채 안 됐다. '프로 중의 프로'를 가리는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의 유망주'라는 평가 덕분에 초청선수로 출전했다. 노승열은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첫날 공동 2위,둘째날 공동 5위를 기록했다.

강원 속초 태생으로 7세 때 클럽을 잡은 노승열은 어릴 때부터 최연소 기록을 쏟아내며 될성부른 떡잎으로 꼽혔다. 14세 때인 2005년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데 이어 내셔널타이틀인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컵을 안았다. 중학교 2학년생의 돌풍이었다. 16세 때인 2007년 프로로 전향한 후 아시안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에서 최연소 풀시드를 받았다. 국내 무대는 나이 제한(17세 이상)에 걸려 일찍부터 아시아 · 유럽투어로 눈을 돌린 것이 그의 '글로벌화'를 촉진한 전환점이 됐다.

2008년 10월에는 APGA투어 미디어차이나클래식에서 프로 첫승을 올렸고,지난 3월에는 유러피언투어 말레이시안오픈에서 최경주를 따돌리고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두 대회 모두 역대 두 번째로 나이 어린 챔피언이었다. 노승열은 APGA투어 상금랭킹 1위(50만4000달러)를 달리고 있다. 이 역시 투어 사상 최연소 기록이다.

183㎝,76㎏의 호리호리한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306야드다. 미국PGA투어에서 장타자 축에 드는 재미교포 앤서니 김보다 5야드 이상 멀리 날린다. 그 덕일까. 이번 대회 사흘 동안 파5홀에서만 5언더파(버디5)를 솎아냈다. 타이거 우즈가 파5홀에서 1오버파(버디2 보기3)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노승열은 10대 때 유러피언투어 우승,300야드를 넘는 장타자라는 '상품성' 덕분에 올해 네 번이나 미PGA투어에 모습을 드러냈다. US오픈에서는 공동 40위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안오픈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어요. 미국 무대에 진출해 최경주 양용은 선배처럼 되는 게 꿈입니다. "

닉 와트니(미국)는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노승열과는 8타차다. 김경태(24 · 신한금융그룹)는 합계 3언더파 213타로 우즈와 함께 공동 31위,최경주(40)는 이보다 1타 뒤진 공동 41위에 올라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