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존 무어 현대회화상'은 1957년 리버플에 있는 리틀우드사 창업자 존 무어의 후원으로 제정된 미술상이다. 2년마다 수상 작가를 뽑아 상금을 주고 리버플뮤지엄의 워커갤러리에서 작품전도 열어준다.

지난 50여년 동안 '존 무어 현대회화상'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경기도 분당 성남아트센터에서 개막된 '영국 현대회화전'에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비롯해 리처드 해밀턴,피터 도이그,이안 다벤포트,질리언 아이,브리지 라일리,데스 제레이,리사 말로이 등 30여명의 작품 70점이 걸렸다.

영국 현대미술의 반세기 흐름을 소개하는 이 전시회는 성남아트센터 개관 5주년을 맞아 '큐브 플라자' 완공과 함께 문을 연 '큐브 미술관' 개관 기념전이다. 영국 현대미술의 발전 과정과 미래를 탐색할 수 있는 자리다.

출품작들은 다채로운 색과 모티브를 통해 영국적인 회화의 특질을 드러낸다. 원로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73)는 자전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바탕으로 인물,풍경을 아우르며 영국적인 미학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1985년 작 '웰호텔의 풍경'은 디자인 기법을 과감하게 차용한 아동회화이며,종이에 그린 '여마법사의 정원'은 동양적인 산수화 느낌으로 채색한 작품이다.

196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리처드 해밀턴은 '꽃송이' 시리즈를 내놓았다. 기존의 대중적인 팝아트와 달리 건조한 정물 표현으로 독특한 감성을 보여준다. 1980년대 신표현주의 화풍의 선구자 스티븐 파딩은 피카소,마티스 등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변형 · 왜곡시켜 그들의 권위에 도전한 풍자화로 유명하다. 그의 '폴록-배경'은 잭슨 폴록의 작품을 차용해 권위주의적 미술에 대한 반발을 드러낸다.

2006년 테이트모던미술관 부근 사우스워크 다리 밑에 50m 크기의 대형 벽화를 설치해 주목받은 다벤포트는 줄무늬와 아치,원 시리즈 등 5점을 출품했다. 줄무늬 작품은 언뜻 보면 국내 인기작가 이우환의 '선' 시리즈와 비슷하다. 주사기를 통해 페인트를 화면에 쏜 뒤 흘러내리도록 한 기법이 흥미롭다.

광학아트의 대표주자 브리지 라일리는 기하학적 형태와 색채의 미묘한 조합을 응축하는 참신성을 인정받아 1968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 대표 작가로 선정됐다. 그의 '무제'는 빛의 움직임과 검은 색조를 통해 미래 첨단 사회의 불안감을 표현했다. 마틴 그린랜드는 자연 풍경에 인간의 감정을 독특하게 녹여낸 '국립공원',에딘버러 작가 더갈 매킨지는 평범한 듯하면서도 뭔가 기묘하고 기괴스럽기까지 한 느낌의 회화,저런트 에반스는 자연으로부터 차단된 현대사회의 풍경을 보여준다. 10월11일까지.(031)783-80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