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집권 하반기 핵심 가치로 '공정한 사회' 개념을 제시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지 않고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다"며 "앞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이 개념이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부각된 '빈부 격차' 이슈를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새로운 가치의 실현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승자 독식 없어야"

이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차례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언급해왔다. 그러면서 이 같은 주문이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와 상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논리를 '공정한 사회'란 새로운 이슈를 통해 새롭게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승자가 (이익을) 독식하지 않고 패자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그래서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사회라고 부연했다. 이렇게 되면 노사가 협력하고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상생하며 서민과 약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공정사회란 낯선 개념이 등장했을 뿐 알맹이는 그동안 언급해 왔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노-사 상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공정사회는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윤리적 · 실천적 인프라"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역할 주문

이 대통령은 이런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실행 방안으로 각계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다양화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정부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정치권,기업 모두가 각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도 계속 실업자와 중소기업 등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펴겠지만 여러가지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과 정치권도 '쓰러진 사람들이 다시 설 수 있는' 정책을 많이 내놓고 실행해 달라는 주문이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의 역할과 관련해 "시민단체나 정치권에도 역할을 요청했지만 아무래도 공정사회 구현에서 핵심은 기업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비윤리적인 행태를 일소하고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고 강조한 부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년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많은 재정을 투입해 여력이 없는 만큼,이제는 기업들이 나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 기부 등을 통해 소외된 계층을 보듬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에 대해서도 권력 쟁취를 위한 정치를 그만두고 서민들의 생활을 돌보는 삶의 정치로 전환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