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할거의 춘추전국시대다. 뜬금없이 중국사(中國史)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책 시장을 둘러싼 정보기술(IT) 시장이 그렇단 소리다. 패권 다툼의 시작은 'e북(전자책)'이 시작했다. 종이를 대체할 'e잉크'가 무기였다. 출판업계와 도서유통회사들은 환호했다. 각자 전자책을 내놓으면서 선점에 들어갔다. 하지만 곧이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쏟아져 나오면서 예상치 못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 기기들의 팽팽한 경합,그 속을 들여다보자.

◆인터파크의 '비스킷'…3G망 활용

국내 전자책 시장엔 아이리버 '스토리',삼성전자 'e북',인터파크 '비스킷' 등이 나와 있다. 모두 e잉크를 기반으로 했다.

'시인 H를 보내고 나니 올 여름의 손님도 아마 마지막으로 치루어 보낼 듯한 감이 난다. H는 만주를 돌아오는 길에 들린 것이다….'이효석의 'R의 소식'을 내려받았다. 인터파크가 내놓은 '비스킷'을 이용하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3G(3세대)망을 사용하는 국내 유일의 전자책이다. 값은 39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인터파크는 전자책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보고 싶어하는 '소설'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비스킷 이용자들은 'R의 소식'처럼 무료 소설을 읽거나 원하는 소설을 빨리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자판을 덧붙인 데다 배열마저 복잡하게 돼 있어 '터치'에 익숙한 사용자들이라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 '깜빡'하고 넘어가는 페이지도 좀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출판사들에 e북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인 '비스킷 메이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콘텐츠 확보면에선 가장 빠른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아이리버 '커버스토리'로 시장 주도권 도전

아이리버는 지난 16일 기존 '스토리'를 '커버스토리'로 업그레이드했다. 하단 자판을 없애 크기를 줄였다. 와이파이 연결로 책을 내려받도록 했다. 색상이 7가지로 다양한 데다 사용자환경(UI)을 개선, 디자인에 점수를 후하게 줄 만하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탐욕'(이용재 · 지식노마드)을 받아봤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다소 느리긴 하지만 6인치 화면으로 하는 독서치곤 부드럽고 읽기 편했다. 무게가 233g으로 가볍다. 반응이 조금 느리긴 하지만 터치 방식을 도입했다. 가장 최신 전자책다운 변화였다. 또 200여권의 책을 프리로드했고,국어사전과 영한사전도 기본으로 실었다. 전자책 최초로 이메일 기능도 지원한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값이었다. 기존 제품보다 값을 내려 기본제품을 25만9000원에,와이파이 버전을 28만9000원에 내놨다. 값을 낮추고 시장을 늘려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이상원 아이리버 마케팅담당 부장은 "커버스토리는 현재까지 시중에 출시된 전자책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태블릿PC,전자책 시장에 도전장

6인치 와이파이 전자책(SNE-60K · 37만9000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조만간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을 내놓기로 했다. 전자책과 태블릿PC 모두 내놓으면서 시장 독식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전자책은 한국경제신문 기사 스크랩은 물론 1400권에 달하는 책을 저장할 수 있다. 2기가바이트(GB) 메모리를 내장했다. 쓰기 기능을 강화, '메모'가 다른 전자책보다 쉬운 것이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전자책 이용자들이 음악과 영화감상 등의 기능을 원한다는 점을 감안,태블릿PC를 선보이기로 했다. 7인치와 10인치 사이즈의 태블릿PC를 이용, 독서는 물론 인터넷 서핑 등까지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기기로 시장을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7을 바탕으로 한 제품들이 나올 예정이다.

LG전자 역시 태블릿PC를 곧 공개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장착한 제품이다.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전시회에서 MS의 윈도7을 탑재한 태블릿 UX10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제품은 10.1인치 화면의 터치스크린을 기반으로 와이파이 기능을 더했다. 스마트폰(3인치대)보다 큰 7~10인치 안팎의 화면을 보유하고 있어 전자책 등을 대신할 수 있다. 또 애플의 '아이패드'뿐 아니라 삼보컴퓨터도 태블릿PC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올 하반기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독서족도 급증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를 선보이면서 교보문고와 e북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프리로드했다. 앱을 실행하면 교보문고 사이트로 넘어가 원하는 책을 검색, 내려받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4인치 화면으로 보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어 눈의 피로도를 줄이도록 UI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사용방법은 비스킷과 동일하다. 교보 e북 앱을 실행한 뒤 교보문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바로 사용가능하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