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실적이 채권 관련 평가손익에 따라 울고 웃는 모습이다. 올 1분기(4~6월) 주식 거래 부진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의 수익이 줄어든 반면 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이 늘어나면서 대부분 수익이 급감했다. 지난 1~3월에 채권평가 · 처분 이익 증가로 호실적을 보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13일 대우증권은 1분기 1조126억원의 매출과 9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8.1%,영업이익은 40.6% 줄어든 규모다. 지난 1~3월과 비교하면 매출은 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40% 감소했다.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로 보유 비중이 높은 중 · 단기 채권의금리가 최근 급등하면서 판매 · 운용 부문 수익이 전 분기 820억원에서 746억원으로 줄어든 탓이다.

한국투자증권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2.0% 감소한 8275억원에 그쳤고,영업이익은 397억원으로 55.1% 줄었다. 상대적으로 채권보유 비중이 높은 우리투자증권도 매출(1조3226억원)과 영업이익(215억원)이 각각 23%와 50% 감소했다. 다만 랩어카운트 부문에서 선전한 삼성증권과 개인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상대적으로 이익 감소폭이 작았다.

원재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불거진 유럽 국가들의 재정 불안 이슈로 시중금리가 치솟으면서 채권 관련 평가손실이 급증,일시적으로 증권사들의 수익을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정보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 변화에 따른 증권사들의 수익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파생상품에 대한 헤지물량 등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규모는 점진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국채선물 등 수익을 올리기 위한 자기매매 외에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파생상품 운용을 위해 채권을 거래한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보유채권 규모가 8조~9조원에 달해 분기별 평가손익의 변동폭이 크다. 정 연구원은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데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투자자산으로 분류됐던 매도 가능 증권도 손익계산서에 반영하게 돼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추정에서도 오차가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노평식 동양종금증권 채권트레이딩팀 이사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국채선물이나 본드스와프를 통한 헤지를 강화하고 되도록이면 가격변동이 덜한 장기채권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증권사들의 실적 변화를 보면 리스크 관리 능력의 옥석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