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유럽 경제의 핵심인 독일이 지난 2분기 23년 만에 최고 수준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여전히'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 주도의 경제회복이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되지 않을 경우,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에 유럽까지 함께 묶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독일 車 기계수출 호황이 경제 이끌어

독일 한델스블라트는 13일 "올 2분기 독일의 전 분기 대비 GDP 증가율이 2.2%로 1987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이제 독일 경제에서 '위기'라는 단어는 폐기처분해도 무난할 듯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독일의 2분기 GDP 증가율은 당초 예상치 1.3%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유로화 약세로 독일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기계류 수출이 호황을 이룬 영향이 컸다. 아시아 지역에서 독일산 고부가가치 상품과 기계류 수요가 늘면서 독일 경제가 급성장하고 실업률도 크게 줄어들었다. 독일 경제의 급성장 덕에 2분기 유로존 GDP도 1.0% 증가해 전분기(0.2%)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애널리스트는 "유럽을 구한 슈퍼맨은 독일 국기 색깔인 흑 · 적 · 황색의 옷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독일만은 못하지만 프랑스도 2분기 GDP가 0.6% 증가하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프랑스 르몽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이 예상치인 0.4%보다 크게 높은 2분기 실적에 대해 '놀라운'성적을 거뒀다고 자평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PIGS'로 대변되는 유로존 주변국들은 부진한 성장세로 독일 프랑스 등 핵심국과 대조를 보였다. 재정적자 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는 긴축정책 실시 여파로 실업률이 12.5%까지 높아지면서 2분기 GDP 증가율이 -1.5%로 내려갔다. 스페인은 1분기 0.1%에 이어 2분기에도 0.2% 증가에 그쳤다. 스페인은 호세 사파테로 총리까지 나서 "3분기에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볼 정도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0.4% 성장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이 같은 유로존 각국의 경제지표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내 경기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유로존 경제 전체를 사실상 독일이 짊어지고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유로존 전체의 경제지표가 전 분기 대비 개선됐고,미국에 비해서도 양호한 듯 보이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독일의 수출 호조에 의한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위르겐 미헬스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는 "유로존 GDP 증가의 대부분은 독일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3분기부터 성장 완만,국가별 차별화

이처럼 유럽 주변국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월간 보고서를 통해 "비록 독일이 각종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전체 유럽 경제는 앞으로 2년간은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당장 3분기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긴 하겠지만 속도는 완만하고 성장 자체도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며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는 올해 유로존 경제가 1.1% 성장에 그칠 것이며 내년(1.4%)과 2012년(1.6%)에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향후 글로벌 경제 추이가 독일마저 순항하기 힘든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유로화 가치가 오르면서 독일의 수출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고,유럽 전역의 긴축정책으로 당분간 유럽 내수 소비도 늘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 미국과 중국의 동반 경기 둔화가 결국 독일 수출의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지적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