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자 선정된 마힌드라 "쌍용차 타고 美 진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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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원선 제시…협상 진통 예고
인도 재계 10위권…자금력은 탄탄
이달말 MOU·11월 본계약 예정
인도 재계 10위권…자금력은 탄탄
이달말 MOU·11월 본계약 예정
인도 최대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조업체인 마힌드라&마힌드라(M&M)가 12일 쌍용자동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M&M은 자산 71억달러를 갖고 있는 마힌드라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쌍용차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지난 10일 최종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3개 업체(마힌드라,루이아,영안모자)를 종합 평가해 마힌드라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경영실패와 기술유출 논란 속에서 대주주 자격을 잃은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이어 인도 업체를 새 주인으로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힌드라,"선진 SUV 제조기술 필요"
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에 나선 것은 선진 SUV 및 대형 세단의 생산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마힌드라는 자체 개발한 소형 SUV와 픽업트럭을 바탕으로 미국시장 진출을 추진했지만 안전규격 등의 문제가 발견되면서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앞선 완성차 제조기술을 지닌 기업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마힌드라와 쌍용차는 비슷한 점이 많아 서로 협력하면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고 SUV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유일 공동관리인도 작년 말 기자간담회에서 "수년 내 연 23만대가량의 신차를 생산해 미국 및 인도시장에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쌍용차와 삼정KPMG는 마힌드라로부터 입찰대금의 5% 수준인 입찰이행 보증금을 받은 뒤 협상을 통해 최종 매각 조건을 조율,이달 말까지 양해각서(MOU)를 맺는다는 계획이다. 이후 정밀 실사를 거쳐 오는 11월께 마힌드라와 본계약을 맺기로 했다.
◆정밀실사 · 가격협상 쉽지 않을 듯
마힌드라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5000억원 선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금액이 쌍용차 측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과거 상하이차가 인수할 때처럼 기술유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도 "정밀 실사와 가격협상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힌드라는 유상증자와 회사채 인수를 통해 쌍용차에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부채(회생채무)가 7260억원(일시에 조기 상환하면 약 5700억원)인데,직접 조달한 자금으로 이를 갚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목적의 신규 차입금 1000억원과 의무이행금(밀린 임금 및 공과금) 320억원은 그대로 승계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부채를 전부 갚아준다는 계획이 아니어서 이미 출자전환을 통해 많은 손실을 입은 채권단이 또다시 관계인집회를 열어 나머지 부채를 떠안아줄지 미지수다. 쌍용차 M&A에 밝은 한 관계자는 "마힌드라의 인수가격이 기대에 못 미쳐 쌍용차 내부에선 아예 유찰시키고 재입찰에 부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쌍용차 채권단이 갖고 있는 출자전환 주식 2548만주(전체 주식의 70.5%)의 보호예수가 13일부터 풀릴 예정이어서 양측 가격협상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량이 쏟아지면서 쌍용차 주가(구주)가 추가 하락할 경우 마힌드라가 제시한 신주 인수 가격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매물 '사냥' 나선 인도업체들
인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타타자동차도 당초 쌍용차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마힌드라와 예비협상자인 루이아와 함께 '인도 3인방'이 각축을 벌일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타타는 2004년 3월 대우자동차 상용차 부문을 별도로 인수,타타대우 상용차를 6년간 경영해 왔다.
마힌드라는 인도에서 재계 10위권에 들 정도로 자금력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작년 글로벌 판매량이 23만6759대(3륜차 제외)로,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브라질 등 약 45개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수출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대표 차량은 중 · 소형급인 스콜피오와 볼레로다. 작년 1월엔 신형 SUV인 자일로를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올 2분기에만 5만3948대를 판매,인도에서 시장 점유율 59.4%(SUV 부문)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선 경쟁사에 대해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2008년 재규어 · 랜드로버 인수협상에 참여했다 막판에 포기했지만 올초 인도의 전기차 업체인 레바의 지분 55.2%를 인수했다. 1995년 포드,2005년 르노와 각각 합작회사를 설립,인도에서 소형차를 생산하기도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