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기동,주석,니켈 등 주요 비철금속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원유와 곡물 국제시세도 단기 조정에 들어갔다. 지난 6월 미국 무역적자 규모가 20개월 만에 최고에 달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기 둔화'를 인정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상승세 꺾인 비철금속 · 원유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국제 비철금속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코리아PDS에 따르면 이날 LME 시장에서 납 3개월물 '오피셜 가격'(오전 책정가)은 t당 2076달러로 전날보다 2.4% 떨어졌다. 니켈과 주석도 각각 1.58%,1.43% 하락했다. 비철금속 대표 품목인 전기동의 오피셜 가격 하락률은 0.34%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오후 들어 낙폭이 커지면서 '언오피셜 가격'(오후 책정가) 기준으로 1.3% 떨어졌다.

이로써 비철금속은 이번 주 초(9일) 단기 고점을 찍은 뒤 주석과 납이 이틀 만에 5% 이상 하락했으며 전기동과 니켈도 3% 이상 조정받았다. 비철금속은 지난달 19일 단기 저점을 기록한 뒤 유럽 재정위기 완화 등의 재료를 등에 업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기동은 지난 9일까지 14.5% 오르는 등 동반 상승 랠리를 펼쳐왔다.

국제유가도 동반 하락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1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91달러(1.18%) 내린 76.22달러에 거래돼 사흘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2.23달러(2.78%) 떨어진 78.02달러,런던석유거래소(ICE)의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1.96달러(2.46%) 하락한 77.64달러에 장을 마쳤다.

러시아의 수출 금지 조치와 함께 급등했던 소맥 가격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부셸당 6.94달러에 거래되며 4일째 약세를 보였다. 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은 런던금시장협회 고시가격(1205.5달러)이 1.09% 오르며 하루 만에 다시 온스당 1200달러를 회복했다.

◆'G2' 경기회복 지속 여부가 관건

동반 급등했던 국제원자재 및 곡물 가격이 일제 조정에 들어간 것은 세계 경제의 핵심 축인 미국과 중국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 경제가 둔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공식 인정하고 금리 동결과 함께 다시 부양책을 쓰기로 했다.

원자재 블랙홀로 불리며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중국도 지난달 산업생산이 13.4% 늘어나는 데 그쳐 11개월 만에 최저 증가율을 나타냈다. 황영수 조달청 원자재시장분석실 책임연구원은 "비철금속 시장에는 최소 1주일 이상 눈치보기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기동은 단기 저항선인 t당 7500달러에 부딪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 · 중 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된다는 지표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원자재 가격의 재반등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태원 삼성선물 상품선물 팀장은 "원유 가격의 움직임 폭이 큰 것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경기 회복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당분간 변동폭은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