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있는 한 회의실에 LG그룹 주요 계열사 구매 담당자 30여명이 모였다.

주요 부품 구매 담당자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모아졌다. 하나는 "단순한 시혜적 지원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초기부터 협력업체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동반성장이 곧 상생협력이라는 얘기였다. 또 하나는 "지원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의견은 지난 6일 각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참석한 회의에 올랐고 이 회의에서 '상생협력 5대 전략 과제'가 결정됐다. 최종안을 보고받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반드시 이 계획대로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LG가 5대 전략과제 중 첫번째로 내놓은 방안은 협력회사와 중장기 신사업 발굴을 함께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 성장 전략인 '그린 비즈니스'분야를 중심축으로 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연구 · 개발을 돕는 데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고 12월에는 LG의 그린비즈니스를 위한 차세대 기술개발 파트너가 될 협력회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또 다른 과제로 제시한 '협력회사의 장기적 자생력 확보와 글로벌 업체로의 성장 지원'도 상호 파트너십 구축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전략이다. 인화원 내에 협력회사 인재개발센터를 설립해 기업의 근간이 되는 인재육성을 지원키로 했다. 협력사가 글로벌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동반진출과 판로개척 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실질적 자금지원 규모도 기존 4200억원에서 7400억원으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1차 협력업체에 대한 무이자 대출은 작년 140억원에서 올해는 700억원으로 증액한다. 2,3차 협력업체도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LG상생협력펀드'를 2500억원 규모로 만들기로 했다. 당장 펀드 조성에 착수해 9월에는 실제 대출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 펀드는 LG계열사들이 기업은행에 1000억원을 예치하면 은행에서 1500억원을 보태는 방식으로 조성되며 기업은행은 이 돈으로 LG 협력사에 저금리 대출을 해 준다. 다음 달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LG광화문빌딩에 마련되는 'LG 협력회사 상생센터'가 협력사를 위한 상담 · 대출 창구로 활용된다

통상적으로 현금성 결제로 분류되는 15일,30일,60일짜리 어음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100% 현금으로 결제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방안은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이노텍 등 주력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그룹 전 계열사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LG는 또 국내 부품 및 장비업체의 발전을 위해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상생협력 전략과제에 포함했다. 구체적으로 LG디스플레이는 현재 60%인 국산 LCD 생산장비 비중을 차세대 라인부터 80%로 올리기로 했다. 이 밖에 협력회사 고충처리 전담 온라인 창구인 'LG협력회사 상생고'도 신설키로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