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내놨던 통화정책을 근래 거둬들여왔다. 반면 경기 둔화를 공식 인정한 미국은 출구 찾기에서 추가 부양조치 마련 쪽으로 무게중심을 완연히 이동하는 모습이다. 경기 악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선회 정책으로 5~6개월 전 상황과 판이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2월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시중 은행들이 FRB에서 긴급 대출할 때 부과하는 재할인율을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위기 이전으로 정상화시키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출구전략 이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지난 3월 벤 버냉키 FRB 의장은 하원에 출석해 한술 더 떴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긴축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행 가능한 출구전략으로는 △연 0.25%인 은행 초과지급준비금 이자율 인상 △환매조건부 채권 매각 △은행에 기간물 예금판매 △FRB가 보유 중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권 및 국채 매각을 제시했다. 금융위기 직후 시중에 대규모로 풀어놨던 돈을 회수하는 정책수단들이다.

그랬던 분위기가 이달 들어 바뀌었다. 경제성장률이 1분기 3.7%에서 2분기 2.4%로 둔화되고 실업률은 9.5%로 여전히 10%에 육박한 탓이다. 특히 지난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가 11일 발표한 지난 6월 무역적자는 여기에 악재를 하나 더 보탠 것이었다. 적자 규모가 499억달러로 전달보다 19% 증가했으며,2008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의 최대치다.


케빈 커민스 UBS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무역적자를 감안하면 2분기 경제성장률은 1.25%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는 이달 말 발표된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경제국장을 지낸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대 교수는 "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확률이 50%로 본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때문에 FRB가 어떤 부양조치를 내놓을지에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다. FRB는 첫 조치로 지난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보유 중인 모기지 증권의 만기분 현금을 국채를 재매입하는 데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만일'더블 딥' 침체에 빠지게 될 경우 금융위기 직후처럼 양적완화 정책으로 회귀할 태세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의회에서 통화정책을 보고할 때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양적완화는 달러를 새로 찍어내 시중의 국채와 모기지 증권을 사들이면서 자금을 푸는 정책이다. 의도적인 '인플레 유발'에 가깝다.

시장에서는 국채 재매입과 함께 양적완화로 가는 또 하나의 징검다리를 예상한다. 은행들이 FRB에 의무분 이상으로 맡겨놓은 자금에 주는 이자 0.25%를 FRB가 0%로 낮추는 방안이다. 대출이자를 겨냥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자금을 적극 공급하도록 은행들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현재 FRB에 쌓인 초과지준금은 약 1조달러로 추정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