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 출구전략 향방] 출구 닫아버린 미국…거둬들인 돈 다시 풀어 경기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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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초과 지준금리 인하 등 양적 완화 정책으로 완전 회귀
6월 무역적자 499억弗…19% 늘어 20개월만에 최대
6월 무역적자 499억弗…19% 늘어 20개월만에 최대
일부 국가들이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내놨던 통화정책을 근래 거둬들여왔다. 반면 경기 둔화를 공식 인정한 미국은 출구 찾기에서 추가 부양조치 마련 쪽으로 무게중심을 완연히 이동하는 모습이다. 경기 악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선회 정책으로 5~6개월 전 상황과 판이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2월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시중 은행들이 FRB에서 긴급 대출할 때 부과하는 재할인율을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위기 이전으로 정상화시키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출구전략 이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지난 3월 벤 버냉키 FRB 의장은 하원에 출석해 한술 더 떴다. 그는 "적절한 시기에 긴축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행 가능한 출구전략으로는 △연 0.25%인 은행 초과지급준비금 이자율 인상 △환매조건부 채권 매각 △은행에 기간물 예금판매 △FRB가 보유 중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권 및 국채 매각을 제시했다. 금융위기 직후 시중에 대규모로 풀어놨던 돈을 회수하는 정책수단들이다.
그랬던 분위기가 이달 들어 바뀌었다. 경제성장률이 1분기 3.7%에서 2분기 2.4%로 둔화되고 실업률은 9.5%로 여전히 10%에 육박한 탓이다. 특히 지난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가 11일 발표한 지난 6월 무역적자는 여기에 악재를 하나 더 보탠 것이었다. 적자 규모가 499억달러로 전달보다 19% 증가했으며,2008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의 최대치다.
케빈 커민스 UBS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무역적자를 감안하면 2분기 경제성장률은 1.25%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는 이달 말 발표된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경제국장을 지낸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대 교수는 "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확률이 50%로 본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때문에 FRB가 어떤 부양조치를 내놓을지에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다. FRB는 첫 조치로 지난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보유 중인 모기지 증권의 만기분 현금을 국채를 재매입하는 데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만일'더블 딥' 침체에 빠지게 될 경우 금융위기 직후처럼 양적완화 정책으로 회귀할 태세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의회에서 통화정책을 보고할 때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양적완화는 달러를 새로 찍어내 시중의 국채와 모기지 증권을 사들이면서 자금을 푸는 정책이다. 의도적인 '인플레 유발'에 가깝다.
시장에서는 국채 재매입과 함께 양적완화로 가는 또 하나의 징검다리를 예상한다. 은행들이 FRB에 의무분 이상으로 맡겨놓은 자금에 주는 이자 0.25%를 FRB가 0%로 낮추는 방안이다. 대출이자를 겨냥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자금을 적극 공급하도록 은행들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현재 FRB에 쌓인 초과지준금은 약 1조달러로 추정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