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 공모가 이달에 한꺼번에 몰려 '흥행'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상장된 스팩들의 주가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공모에 나선 일부 스팩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미달사태가 벌어지는 등 분위기가 녹록지 않다.

하지만 최근 스팩들의 투자 조건이 개선된 데다 하반기 인수 · 합병(M&A) 논의가 가시화할 수 있어 유망한 스팩을 골라 투자 기회로 접근해볼 만하다는 조언이 많다.

◆이달에만 6개 1306억원 공모


이달 공모하는 스팩은 대신증권그로쓰알파스팩 등 6개로,공모 규모는 총 1306억원에 이른다. 스팩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이다. 오는 16일 '한국투자신성장1호스팩'을 공모하는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전 고점을 경신하는 등 양호한 움직임이어서 공모 적기로 보고 있다"며 이달에 스팩 공모가 몰린 이유를 설명했다. 상장 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안에 공모해야 한다는 시한 규정도 어길 수 없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아직 냉랭하다. 12일 공모에 들어가는 대신증권그로쓰알파스팩과 SBI&솔로몬드림스팩은 지난 10일 수요예측에서 다소 부진했다. 대신스팩은 수요예측 결과 71억원,솔로몬스팩은 100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같은 날 실시한 한국투자신성장1호스팩의 수요예측에서도 기관 물량 115억원 중 100억원 정도만 소화됐다. 솔로몬투자증권 관계자는 "수요예측이 동시에 몰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데 비해 오히려 양호한 성적"이라며 "소화하지 못한 물량은 일반 공모로 돌려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신과 한국투자 측도 예정대로 공모를 추진할 방침이다. 공모가도 희망공모가 그대로 확정했다. 하지만 일반 공모 물량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물량 소화에 대한 우려는 높아졌다. 공모 청약에서도 미달되면 주관사들은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처분하게 된다.

지난 3월 상장된 스팩들이 M&A 성과를 앞서 내놓게 되면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달 공모분까지 포함하면 총 15개의 스팩이 시장에 나오는 셈이어서 같은 스팩시장 안에서도 명암이 갈릴 수 있다.

◆예치비율 높여 상품성은 더 좋아져


스팩은 M&A를 목적으로 세워진 특수목적회사로,상장 후 우량 기업을 합병해 가치를 키우게 된다. 올 3월 대우증권스팩미래에셋스팩1호 등이 시장에 첫선을 보일 당시 스팩은 청약열풍,상장 후 주가 초강세 등 과열 양상을 빚었다.

하지만 M&A가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감이 수그러들면서 주가는 공모가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 6월 히든챔피언스팩 1호가 첫 공모 미달 사태를 겪으면서 예정됐던 공모 일정도 줄줄이 미뤄졌다. 이달 들어선 하나그린스팩이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공모 계획을 철회했다.

복진만 SK증권 연구원은 "한꺼번에 공모가 진행되다 보니 수급 문제가 없지 않다"며 "기관투자가들 수요에 한계가 있는 데다 M&A가 성과를 내기까지 최대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작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경우가 많아 굳이 청약에 나설 메리트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 나오는 스팩들은 투자자들을 끌기 위한 여러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이달 공모하는 스팩들은 공모자금을 금융회사에 100% 예치해 원금보장성을 극대화했다. M&A에 실패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원금과 이자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일부 스팩은 공모가나 주당 희석비율(공모 전 주주 지분 때문에 공모주 지분가치가 낮아지는 비율)을 낮추기도 했다.

오주식 한화증권 연구원은 "최근 스팩들의 투자 조건이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어 긍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3월 상장한 스팩 중에서는 이르면 내달 중 M&A 논의가 시장에서 부각될 수 있어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 위주로 기회를 노리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스팩은 M&A 성사 여부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되기 때문에 전문가의 역량도 고려하라는 조언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