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병원 과실無"…민·형사 소송 재개

'연명치료 중단'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김 할머니 사망 이후 병원측의 치료 과실 여부를 놓고 중단됐던 민·형사 소송이 곧 재개될 전망이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과 김 할머니 가족은 2008년부터 환자의 식물인간 상태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였으나, 연명치료 중단 소송이 겹치고 의학 감정이 늦어지면서 지금껏 사건 진행이 미뤄져 왔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수사를 담당한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대한의사협회의 최종 감정서를 지난달 말 받았으며, 이르면 이번주 이 사건을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할 방침이다.

사고가 일어난 지 약 2년5개월 만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김 할머니 치료 과정에서 병원에는 잘못이 없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서부지검은 가능한 한 빨리 추가 검토를 해서 의사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민사 소송을 맡은 서울서부지법도 의학적 판단 자료가 부족하다며 계속 변론기일을 정하지 못하다 오는 18일 민사12부 법정에서 첫 재판을 연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다 과다출혈로 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당시 가족은 의료진의 잘못으로 할머니가 식물인간이 됐다며 의사 2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하고, 병원에 1억4천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김 할머니는 작년 6월23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당사자의 평소 뜻에 따르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호흡기가 제거됐고 201일을 더 생존하다 올해 1월10일 별세했다.

가족은 별세 뒤 병원의 잘못된 치료로 과다출혈이 생겼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을 받았으나 '2년이 지난 사안이라 규명이 쉽지 않다'는 답을 얻었다.

검·경은 이후 진료 자료를 의협에 보내 2차례에 걸쳐 흉부외과와 호흡기내과 등 전문가의 검증을 받았으며, 의협은 최종 감정서에서 "뇌손상 원인이 의료진의 과실이라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족의 법적 대리인을 맡은 신현호 변호사는 "의협의 견해는 사건의 보조자료일 뿐이며 환자의 예전 상태와 정황을 통해 의료기관의 과실을 입증한 사례도 많다.

남은 법적 절차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브란스 병원 측은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별도로 거론할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