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960년대 이후 '내집 마련'과 함께 중산층을 상징해온 키워드였던 '마이 카(my car · 본인 승용차)'의 의미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퇴색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실업과 정리해고 불안이 커지면서 20~40대들이 자동차 구입과 유지비용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9~11월 일본 전역 2인 이상 거주 가구 5만2000세대를 대상으로 차량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세대당 승용차 보급 대수는 1.414대로 직전 조사(2004년) 때보다 2.2% 줄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이같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1964년 도쿄올림픽 때 첫 조사 실시 후 45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의 세대당 차량 보급 대수 증가율은 1999년 이전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로 높아졌지만,'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불황이 심화된 1999년부터는 한 자릿수 상승에 머물러왔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의 마이 카 비율 감소폭이 6.6%로 가장 높았고,20대(-6.4%)와 30대(-1.5%)가 뒤를 이었다. 반면 일본 전후 베이비붐 시기(1947~49년생)에 태어난 '단카이(團塊 · 덩어리)' 세대가 포함된 60대의 마이 카 비율은 5.2% 높아졌고,70대 이상도 6.3% 상승해 대조적이었다. 차종별로는 경차 보유 비율만 8.5% 늘었으며,소형차와 중 · 대형차는 각각 6.6%,12.8% 줄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마이 카 비율의 감소는 일본 자동차 내수시장이 이제 한껏 포화됐으며 세대별 구매력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60대 이상 노년층은 이미 벌어놓은 재산과 연금이 있어 차량을 살 여유가 있지만,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20~30대와 구조조정 위협과 생계비 부담에 시달리는 40대는 있던 차량도 내다 팔아야 할 정도로 소득 감소 불안이 커졌다.

또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발달돼 굳이 자가용이 필요치 않다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