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15개월째 동결했다. 영국중앙은행(BOE)도 17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의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재정위기로 재정 부양책에서는 출구전략에 들어갔지만 통화확대정책까지 거둬들이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유럽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안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ECB는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ECB는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로 낮춘 이후 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있다. ECB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 이후 총 7차례에 걸쳐 3.25%포인트나 기준금리를 낮추는 적극적인 통화 확대정책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해 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경기가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앞으로 수개월 내에 회복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ECB가 섣불리 금리 조정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다수 전문가들은 ECB가 내년 3분기까지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OE도 같은 날 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머빈 킹 BOE 총재는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현행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BOE는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난해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춘 뒤 계속 동결해왔다. 영국 경제 역시 지난 2분기 성장률이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실업률이 높은 데다 재정 긴축 정책에 따른 건설업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 버클리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경제가 아직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 아닌 만큼 금리 인상은 내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