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4.6조 순매수 분석해보니] 외국인 '프로그램' 빼면 매수한 게 별로 없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부분 선물 연계 차익매수
개별 종목은 순매도한 날 많아
선물가격 하락 땐 매물홍수 우려
1800 문턱서 매도 전환도 부담
개별 종목은 순매도한 날 많아
선물가격 하락 땐 매물홍수 우려
1800 문턱서 매도 전환도 부담
코스피지수가 1800선 문턱에서 이틀째 조정받았다. 외국인이 12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전환한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중장기 상승 추세가 유지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민간 부문 고용과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서비스업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반면 선물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상황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국내 증시 매수 주체인 외국인의 순매수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이 낙관 일변도만은 아니라는 점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 주식 순매수가 관건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5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5.40포인트(0.30%) 하락한 1783.86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그러나 지난달 8일 이후 21거래일간 사흘을 제외하고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 왔다. 총 4조634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선물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수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전체 순매수액을 세분화해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순매수는 △선 · 현물 간 가격차를 이용해 무위험 수익을 추구하는 프로그램 차익매수 △15개 이상 종목을 일괄 매수(바스켓 매수)하는 프로그램 비차익 매수 △향후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만 선별적으로 사들이는 개별 주식 매수로 구분된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프로그램 차익매수는 주식시장 전망과는 무관하게 선 · 현물 간 가격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나오는 것이므로 큰 의미가 없다"며 "외국인의 시장 전망을 파악하려면 개별 주식 순매수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비차익매수는 상당부분 차익매수가 섞여 있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달 8일 이후 21거래일 동안 개별 주식을 순매수한 날은 11거래일이었다. 나머지 10거래일엔 오히려 주식을 팔았다. 즉 프로그램 매수를 빼면 외국인 매수세가 그리 강하지도,일관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프로그램 매도 우려는 불안 요인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끈 주체가 외국인이란 사실은 계량적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대우증권이 올 들어 외국인의 전체 순매수와 코스피지수 간의 상관계수를 구해본 결과 0.638로 나왔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더 세분화해 외국인 순매수를 프로그램과 개별 주식 매수로 구분해 상관계수를 따져보면 프로그램 매수가 0.690으로 개별 주식 매수(0.259)보다 훨씬 높았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데는 외국인의 개별 주식 순매수보다 프로그램 순매수의 기여도가 더 컸다는 얘기다.
문제는 외국인의 프로그램 순매수는 속성상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떨어지면 언제든지 순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선물가격 하락→고평가된 현물 프로그램 매도→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는 것이다. 이날 현재 매수차익잔고는 지난 6월 말 대비 1조1961억원 증가한 9조4554억원이다. 이 물량 중 일부가 프로그램 매도를 통해 쏟아져 나올 경우 주식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4월 상승 흐름을 타던 코스피지수가 5월 들어 5.76% 조정을 받을 때도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심 연구위원은 다만 "외국인의 개별 주식 순매수가 일별로는 들쭉날쭉하지만 주간 단위로 보면 5월 순매도로 돌아섰다가 최근 4주 연속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주식시장엔 긍정적 신호"라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