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근접하자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다시 늘어났다. 코스피지수 1800~1900대에서 유입된 자금 약 12조원의 본격적인 환매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790선을 돌파한 지난 3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1683억원이 순유출됐다. 지난달 30일 코스피지수가 1760선 아래로 후퇴하면서 순유출이 677억원에 그쳤고 지난 2일에는 231억원으로 줄었으나 재차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펀드 환매 여파로 투신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신은 33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달 15일 순매도금액(5112억원)에 이어 가장 많은 규모다. 투신은 삼성전자(272억원) LG디스플레이(250억원) 삼성전기(203억원) 두산중공업(180억원) NHN(180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1800~1900선에서 유입된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1700대에서 유입된 자금의 환매는 일단락됐지만 1800대 초반에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본격 환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은 1800~1900선에서 유입된 자금이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지수가 1800선에 육박했기 때문에 1800~1850선에서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미 환매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펀드 환매가 거세지더라도 증시 상승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신이 순매도할 때 외국인이나 연기금이 얼마나 물량을 잘 받아주면서 매도 물량을 소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