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年6000만개 태그 부착…휴대폰·아파트 등 보급 확산
4일 한국RFID/USN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RFID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배 이상 성장해 7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04년께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한 RFID는 물류시스템을 개혁할 혁신적 기술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초기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드는 데다 기술적 한계점이 드러나면서 시장은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게다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기업들은 신기술 도입을 미뤘다. 2004년 1200억원 정도였던 국내 RFID 시장 규모는 2007년 3300억원대까지 성장하다 2008년 2500억원대로 추락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RFID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원재료 이력관리 및 재고관리가 중요한 제약,주류,축산 업체들이 RFID 수요를 이끌고 있다. 제약 분야에서 2015년까지 예상되는 수요만 매년 10억장으로,금액으로는 1000억원대에 이른다. 한미약품은 매년 출시되는 약 6000만개 제약품 상자에 모두 RFID 태그를 부착할 계획이다. 한재종 한미IT 센터장은 "RFID를 통해 소비자는 약의 생산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제조사는 병원이나 약국의 재고 현황을 파악해 생산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콜마 등은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휴대폰이나 아파트 등에도 RFID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올 하반기 RFID 리더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등 고급 아파트 단지에는 RFID를 이용한 차량위치추적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중소기업들의 매출도 증가세다. RFID태그와 리더기를 만드는 빅텍은 이 부문에서 지난해 9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는 14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장철진 빅텍 이사는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는 공용자전거용과 고급아파트용 RFID 주문이 확연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RFID태그를 만드는 이그잭스의 김명기 차장도 "이제껏 국책사업 위주로 발생하던 매출이 민간 분야로 확대되면서 수익이 크게 늘고 있다"며 "올해는 가축용 RFID태그 사업 등으로 지난해보다 5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RFID 도입을 확대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문태희 한국 RFID/USN협회 팀장은 "그간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시장의 원동력이었다면 이제 실질적인 수요에 기반을 둔 민간기업이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팀장은 "RFID가 기술개발,가격 인하로 캐즘현상(신기술이 나온 후 일반인에게 적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현상)을 극복하면서 앞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