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호남석유, 서부아프리카 선점 속도낸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다. 5년 전 대표에 취임한 이후 1년에 절반가량 해외 출장을 가지만,아프리카 땅을 밟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수출선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행보였던 셈이다. 김 부회장은 "나이지리아 등 서부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석유화학업체들의 소리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며 "성장성이 높은 아프리카 시장을 누가 선도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관심이 아프리카로 쏠리고 있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반덤핑 소송 등을 통한 자국 기업 보호와 함께 대만 아세안(ASEAN) 등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석유화학업체들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통해 수출 시장을 넓히고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서부 아프리카가 전략지역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지역은 나이지리아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이 있는 서부 아프리카 지역이다. 이곳은 199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석유화학 업체들의 진출이 시작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아프리카에서 고소득 지역으로 꼽히는 북부에 비해 경쟁이 덜하면서 향후 성장 잠재력도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중 나이지리아는 세계 7대 산유국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를 넘는 데다 인구도 1억5000만명에 달하는 서부 아프리카의 주요 거점으로 꼽힌다. 실질 GDP 증가율도 6% 수준으로 높아 향후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LG화학은 최근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폴리올레핀 계열 제품을 주력으로 서부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중국과 아시아에 이어 아프리카 시장에 세 번째로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전체 수출 물량의 5%가량을 아프리카로 내보내고 있다. 수출 규모도 매년 20%가량 증가하고 있다.

삼성토탈도 서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PP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남부 아프리카는 남아공 업체인 '사솔'이 장악하고 있으며,북부는 '사빅'등 중동 업체들의 주요 시장"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가장 진출하기 쉬운 지역이 서부 아프리카 지역"이라고 말했다.
LG화학·호남석유, 서부아프리카 선점 속도낸다
◆PE,PP 수요 지속적으로 늘어나

서부 아프리카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석유화학 제품들이 PE와 PP라는 점도 국내 기업들의 아프리카행 발걸음을 빠르게 하고 있다. PE와 PP는 비닐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기초 합성수지로 가격 경쟁력이나 품질에서 국내 업체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나이지리아 등 서부 아프리카에 수출한 물량의 90% 이상이 PE,PP 제품이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아프리카 수출 비중은 아직 한자릿수에 불과하지만,아프리카 내수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출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60%를 웃돌던 중국 수출 비중을 50%대 초반으로 낮추면서 지역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들어 해운 물류비가 싸지고 있는 점도 아프리카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