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1월 미니 컵케이크 전문점 '미션 미니스'를 연 브랜든 애노빅은 요즘 싱글벙글이다. 온라인 쿠폰사이트 '그룹폰(Groupon)'을 통해 배포한 50% 할인 쿠폰을 가지고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아직도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틀에 한번 정도는 재료가 일찍 떨어져 추가로 주문해야 할 정도다. 홈페이지에 "작은 가게라 밀려드는 주문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48시간 전에 미리 주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쿠폰을 3월30일 딱 하루만 배포했는데 여전히 하루 매상의 65~80% 정도가 쿠폰 덕분에 발생하고 있다"는 게 애노빅의 설명이다. 당시 쿠폰을 받은 사람은 3000명 정도였다.

◆소셜쇼핑 대표주자 그룹폰

미국의 온라인 할인쿠폰 업체 그룹폰의 빠른 성장은 입소문에 기반한 '소셜 쇼핑'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룹폰은 2008년 11월 당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28세의 앤드루 메이슨이 설립했다. 그룹폰은 올해 매출이 3억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체인 배터리 벤처스가 추정한 그룹폰의 기업가치는 13억5000만달러다. 그룹폰이 설립 2년이 채 안 된 신생 벤처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그룹폰은 단체를 뜻하는 '그룹(group)'과 '쿠폰(coupon)'을 합친 회사 명칭에서 드러나듯 이용자들이 할인 쿠폰을 단체로 구입하게 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그룹폰에 가입하는 사람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와 우편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이후 그룹폰 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입시 입력한 도시의 식당 호텔 놀이동산 스파 등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할인하는 쿠폰을 신청할지 여부를 묻는 '오늘의 상품(Today' Deal)'이라는 화면이 나타난다. 단 쿠폰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 이상의 사람이 신청해야만 한다. 미션 미나스의 경우 100명이었다. 그리고 페이스북 트위터 이메일을 통해 친구에게 '오늘의 상품'을 알릴 수 있는 버튼이 옆에 보기 좋게 표시되어 있다. 쿠폰은 하루 한정으로,1개 도시당 1개만 나타난다. 쿠폰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입소문을 퍼트리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메이슨 그룹폰 최고경영자(CEO)는 "그룹폰은 과거 지역광고 시장을 장악했던 시티 가이드를 최근의 IT 환경에 맞게 변용한 것"이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다시 말해 근본적으로 '소셜(social)'한 비즈니스모델인 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룹폰은 현재 미국 97개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총 가입자는 300만명이다. 하루 접속자 수가 40만명에 달할 정도로 가입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뉴욕의 경우 회당 1050달러 하는 레이저 제모를 99달러에 받을 수 있는 쿠폰이 가장 최근에 발행됐는데 3300명이 신청했다. 이전에는 와인 시음권,카페 할인권,관광용보트 탑승권 등이 나와 2000~8000명이 쿠폰을 받았다. 그룹폰은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 페이스북과 소셜게임업체 징가에 수억달러를 투자한 러시아 '디지털 스카이'로부터 1억35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이 자금으로 독일의 이메일 기반 통신판매업체인 시티딜(CityDeal)을 인수해 유럽에 진출했다. 그룹폰은 향후 18개국 140개 도시로 서비스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소셜쇼핑으로 돈 몰린다

그룹폰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비슷한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는 소셜 쇼핑 업체들에도 돈이 모여들고 있다. 미국 20개 도시에서 그룹폰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빙소셜(LivingSocial)은 지난 3월 250만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리빙소셜의 하루 접속자는 20만명 정도다. 중국에서는 그룹폰의 판박이나 나름없는 '라쇼우'가 3월 문을 열었다. 라쇼우는 베이징 선전 광저우 등 7개 도시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현재 가입자는 30만명 정도다. 라쇼우 측은 연말까지 50개 도시로 쿠폰 제공 도시를 넓히면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서도 소셜쇼핑 성업

국내에서도 '티켓몬스터'(http://ticketmonster.co.kr)와 '위폰'(http://wipon.co.kr) 등의 소셜쇼핑 사이트가 최근 문을 열고 활발히 영업하고 있다. 티켓몬스터의 경우 하루 방문자는 2만5000명,회원 수는 3만명에 달할 정도다. 지난달에는 서울을 강북과 강남의 두 지역으로 나눠 서비스하기 시작하는 등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품목도 식당 카페 위주에서 미장원 패키지여행 공연관람 등으로 다변화하는 추세다. 하나투어와 연계한 일본 도쿄 여행 상품의 경우 109개의 판매 수량이 순식간에 팔려나가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는 "소개한 업체들의 경우 기존의 쿠폰북이나 인터넷 광고보다 매출 증대 효과가 훨씬 더 컸다"며 "중소업체들에 저렴한 가격으로 확실한 마케팅 수단을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어 소셜 쇼핑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