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뷰] '창조와 재창조'의 절묘한 和音…대관령이 숨을 멈췄다
창조는 창조를 낳고 새로움은 또 다른 새로움을 낳는다. 대관령국제음악제는 7년 전 그렇게 창조됐고,올해 재창조됐다. 그래서 일곱 번째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주제는 'create & recreate(창조와 재창조)'다. 6회 때까지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펼쳐졌던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올해 '창조와 재창조'를 주제로 대관령에 새롭게 조성된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개막됐다. 지난달 23일부터 20여일간 뮤직스쿨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음악제는 전용 연주홀인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지난달 29일 오프닝 콘서트로 재창조됐다. 그것은 물리적인 재창조를 뜻하기도 하지만 더 큰 의미로는 음악적 영역의 재창조였다.

음악제 예술감독인 강효 교수의 창조 정신은 1회 때부터 시작해 올해 재창조로 완성된 셈이다. 그동안 전용 연주홀이 아닌 가설무대에서 마지막 음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실내악을 연주하고 듣는다는 것에는 항상 미흡함이 뒤따랐다. 알펜시아 콘서트홀은 이런 미흡함을 훌쩍 뛰어 넘어 음악적 황홀경에 빠지게 하고,대관령국제음악제의 품격을 완성도 높게 재창조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637석의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개막연주회는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을 2시간 동안 긴장과 감흥,무아경으로 빠져들게 했다. 이날 연주회는 프랑수아 쿠프랭의 초기 소나타를 장-루이 프티가 편곡한 '라 비저내어(공상에 빠진 여인)'로 열었다. 앙상블 컬러가 예전에 비해 다소 가볍게 느껴지긴 했지만,세종솔로이스츠는 깔끔하고 명징한 울림으로 청중과 첫 인사를 나누었다. 아주 신선하고 유쾌한 만남이었고,그 만남은 마지막 곡 모차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로 승화됐다.

강효 교수는 "올해의 주제에 맞게 이미 존재하는 곡과 그 곡의 영향으로 새롭게 창조된 작품을 연주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개막연주회를 포함해 아홉 번의 '저명 연주가 시리즈'를 매회 소품으로 시작해 대편성 실내악으로 직조했고,현대 기법의 작품과 동시에 모차르트,슈베르트,베토벤,브람스의 전통 악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함과 역사성,부조화인 듯하면서 조화로움을 함께 맛볼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재창조했다.

'저명 연주가 시리즈' 둘째날(7월30일)에도 에스토니아 태생의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의 작품 두 곡과 한국에서 초연된 벤저민 브리튼의 실내악곡 '젊은 아폴로'가 청중의 숨을 멎게 했다. 마지막 곡으로 연주된 슈베르트의 '8중주 바장조'는 서울시향 수석 채재일의 클라리넷과 백주영 서울대 음대 교수의 바이올린을 포함해 연주자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여준 열정의 무대였다.

이번 음악제에는 개막연주회를 시작으로 모두 아홉 번의 '저명 연주가 시리즈' 무대가 마련됐다. 아홉 번의 무대에 모두 서른 한 곡의 작품이 연주되는데 아시아 초연(初演)이 세 곡,한국 초연이 두 곡으로 '창조와 재창조'를 맛깔스럽게 조화시키며 알펜시아 콘서트홀을 모자이크하고 있다. 작곡가,연주가,기획자의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리는 장면을 매회 볼 수 있고,나와 생각이 같은 청중은 알펜시아 콘서트홀을 가득 채워 그들의 열정에 보답했다. 내일의 새로운 재창조를 위해.


이영진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