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ㆍ국무부 추가 공개 자제 촉구

미군 수사당국은 아프가니스탄전 군사기밀 유출사건과 관련해 유력한 용의자인 브래들리 매닝(22) 일병을 미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기지 교도소로 이감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미 국방부는 매닝 일병이 29일 밤(현지시각) 쿠웨이트 아리프잔 기지를 떠나 콴티코 기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기소내용의 복합성과 진행 중인 수사를 감안할 때 그의 재판 전 구금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쿠웨이트로부터 본토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매닝 일병은 앞서 미군 아파치 헬리콥터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민간인들에 총격을 가하는 영상을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에 제공한 것과 관련해 4가지 죄목으로 기소됐다.

그는 영상 제공 외에 국무부 문서들을 불법으로 내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매닝 일병은 여기에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수만 건의 아프간전 관련 군사기밀도 제공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NYT)는 미군 수사당국이 매닝 일병이 수만건의 군사기밀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공범이나 친구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연고지인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와 보스턴 등에 수사관을 파견해 수사 중이라고 31일 보도했다.

미군 수사당국은 매닝 일병이 지난 1월 휴가 당시 보스턴의 친구들을 방문한 사실을 밝혀내고 군사기밀이 담긴 콤팩트 디스크를 미국 내 제3의 인물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며, 이 대상에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나 보스턴 대학에 다니는 매닝의 친구도 포함돼 있다.

온라인상에서 매닝과 대화를 하다가 그를 수사당국에 고발한 컴퓨터 해커 출신의 아드리안 라모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위키리크스가 부분적으로 매닝 일병이 기밀정보를 다운로드받도록 사주하고, 기술적인 지원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군 당국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라모는 "매닝 일병은 위키리크스로부터 많은 조종을 받고 움직였을 것이며, 최소한 한 명 이상의 공범자가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매닝 일병이 기밀정보를 군 컴퓨터 외부로 유출하는 과정에서 적발되지 않도록 하는 암호화된 비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데 위키리크스와 연관 있는 사람이 도움을 줬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라모는 매닝 일병이 자신에게 보낸 한 이메일에서 위키리크스와의 관계에 대해 "자원해서 도와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정보 소스"라고 묘사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30일 유출된 군사기밀 문서 가운데 5-6건의 외교 기밀전문이 포함돼있는 것과 관련, 국무부가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에 제공한 상당수 기밀전문이 위키리크스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은 "만약 전 세계의 정보원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면 우리는 귀중한 정보와 그 제공자들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위키리크스가 더 이상 문서들을 공개하지 않기를 희망했다.

미 백악관도 이날 아프간전 군사기밀 공개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아프간 정보원 및 미 군사요원들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위키리크스 측에 기밀 공개 중단을 요청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NBC 방송에 "추가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사자에게 기밀을 사이트에 게재하지 말도록 요청하는 외 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우리의 국가안보에 더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프간 탈레반의 한 대변인은 영국 '채널 4 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자체 비밀 요원들을 동원해 군사기밀에 언급된 아프간 정보원들을 정밀 검토하고 있다"면서 "만약 그들이 미국의 스파이로 확인되면 그들을 어떻게 처단할지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yjyoo@yna.co.krash@yna.co.kr